일년 전 이맘때 일입니다... 아버지 생신을 기념해
팔순이 넘도록 영광에서 농사짓고 사시는 부모님과, 각지에 흩어진 7남매가 함께모여 경치 좋은 곳에서 모처럼 다정한 시간을 보냈죠...
그런데 평소 정정하고, 성격도 유쾌하시던 아버지께서
이상한 행동을 보이시더군요.
반쯤 풀린 눈으로 멍하니 먼 산을 바라보기도 하고...
자꾸 엉뚱한 말씀을 하시더니, 급기야 옷에 실수까지 하는 겁니다.
너무 놀란 7남매가 모두 깜짝놀라 무슨 일인지 어머니께 여쭸더니.
보름 전, 사고로 머리를 다치셨다더군요.
논을 둘러보러 타고나간 전동차와 함께 언덕 아래로 구르셨고,
이를 발견한 동네 어르신이 병원으로 모시려 하자,
괜찮다며.. 자식들 걱정할 것 같으니...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셨다는 겁니다...
이후 머리만 조금 아파, 약국에서 약만 간단히 지어 드셨다네요...
누가 봐도 그 때 사고로 뇌를 다치신 것 같았습니다..
행복하고 즐거운 일만 있을 것 같았던 가족모임. 온 식구 울음바다가 되고 말았네요...
자식들 눈에는 티 하나만 들어가도 어쩔 줄 몰라하시던 아버지신데,
자식들 걱정하게 할 수 없다며, 그렇게 큰 사고를 감추고...
고통도 참아내셨을 걸 생각하니 너무 가슴이 아팠습니다.
당장 오빠들이 서울 큰 병원으로 모시고 가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왜 여러사람 번거롭게 하냐며 필요 없다시는 겁니다...
저희가 물러서지 않으니, 영광에 있는 종합병원에 어머니랑
두분이서만 다녀오시겠다더군요. 회의 끝에, 그 중 제일 가까운 전주에 사는 제가
직접 영광에 있는 병원에 모시고 갔습니다.. 세상에...
두개골에 금이 두군데나 가 있다네요... 다행히 운이 좋아,
사고당시 출혈이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저절로 피가 없어졌고..
당분간 안정을 취하며 약만 드시면 된다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시골집에 모셔다 드리고 돌아오는 내내 눈물이 나고 괴로웠습니다...
모시고 살겠다고 해도 굳이 두분이서만 남은 여생 보내겠다고 고집부리시는 부모님
뼈만 앙상하게 남은 모습을.. 왜 이제야 돌아보게 된 건지 속상했죠..
저뿐만 아니라 모든 형제들이 그랬을 겁니다.
다행히 아버지는 빠른 속도로 좋아지셨고, 올해부턴 농사도 그만두셨습니다...
어려움속에서도 행복한 부모님 모습... 몇 년이나 더 뵐 수 있을지...
요즘 부쩍 전화를 자주 하시는 아버지께.. 오늘은 제가 먼저 전화드려야겠네요.
사연보내주신 정민경씨...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