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일 방송분

아버지께서는 2002년 지병으로, 그리고 엄마는 제작년 교통사고로 돌아가셨습니다.

그래서 저희 여섯 남매만 세상에 덩그러니 남았죠...

갑자기 고아가 된 저흰.. 정말 앞이 막막했습니다.

아빠에 이어서 엄마까지 어이없는 교통사고로 잃었기에

당장 내일의 일들조차 암담해졌거든요...

당시 막내 남동생이 중학교 3학년이었고...

큰 언니는 여수에서 시부모님과 함께 지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큰언니가 막내 남동생과 다섯째 여동생을...

그리고 친정에 남에 제가 바로 밑에 동생 둘을 책임지게 됐습니다...

 

저도 많이 힘들었지만 아무리 시부모님이 잘해주셔도 불편한 시댁생활...

신혼생활인데다 여수로 혼자 시집간 언니... 혼자 몸도 적응하기 힘들었을덴데..

동생 둘까지 책임지느라 많이 힘들었을 겁니다..

그 와중에도 막내 동생들... 부모님이 안 계신 그늘 없도록...

옷도 자주 사서 빨아입히고... 계절 바뀔 때마다 보약도 해 먹이며

정성껏 키웠습니다... 마음 고생, 몸 고생.. 얼마나 심했을지.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죠.

 

지난달이었습니다... 엄마 기일이어서 여섯 남매가 모두친정집에 모였습니다.

언니가 음식준비로 바쁜 절 따로 불러내더군요. 그러곤 봉투를 쥐어주며 하는 말...

'추석 보너스를 받았는데, 마땅히 쓸 데가 없네...

입덧하느라 고생 많지? 몰래 가지고 있다가.. 맛있는거 사먹어 ~ '

왜 돈 쓸데가 없겠습니까. 언니도 아이가 있고, 명절 앞두고 지출 많을 거 뻔히 아는데요. 괜히 제가 민망해 할까봐, 최대한 배려해서 주는 용돈이었습니다...

제가 거절하자 그러더군요. 부모님이 살아계셨으면... 이쁜 둘째 딸이 임신했는데

맛있는 거 사먹으라고 이정도 안해주셨겠냐고. 고구마를 캐 팔아서라도 분명히 챙겨주셨을거라며, 부모님대신 챙겨주는 거니 친정없는 서러움 가질 필요 없다구요

언니와 전 끌어안고 한참을 울었습니다...

 

우린 형제가 많으니까.. 막내들까지 다 자리잡고 결혼하면

다른 어느집 보다 오순도순 행복할 수 있다고, 그때까지만 힘내자구요...

언제나 부모님 몫까지 다 하려 애쓰는 우리 언니...

한없이 착하고 여린 사람인데... 겨우 서른살인 언니가 감당하기엔

너무나 힘들었을겁니다 ...

언니가 제 언니어서... 너무나 감사합니다... 지금껏 그랬던 것처럼,

언니를 존경하고 동생들 챙기며.. 정말정말 열심히 살아야겠습니다.

 

사연보내주신 박미옥씨...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