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이네요... 프로야구 한국시리즈의 우승팀이 가려지던 날
일찌감치 퇴근해 집에서 TV를 보고 있었습니다.
선수들 방망이질 한 번에 전 울고 웃었고,
그 어느 때보다 흥미진진한 경기 내용에 잔뜩 빠져버렸죠.
제가 거실 TV를 차지하고 있으니, 마지못해 훔쳐보던 아내...
자신도 재밌었는지 어느새 술상을 차려오는 겁니다.
시원한 맥주... 오징어... 땅콩...
눈과 입이 즐거웠는데, 조금 시간이 지나니 아내가 꼬치꼬치 규칙을 물어왔죠.
"저 선수는 왜 저리로 뛰는 거야? 선수들 눈 밑에 이상한 그림은 뭐야?
왜 가만히 서 있다가 들어오는 거야? "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되는 순간마다 끼어드는 아내의 질문세례......
게다가 응원팀이 지고 있는 상황....
처음은 성의있게 대답해주다 나중에는 짜증까지 내며
"아 조용히 좀 해 ! 귀찮아 ! "
순간 냉랭해진 분위기 돌아온 아내의 날카로운 반응 ..
"야구가 그렇게 좋으면 야구랑 살어 !
응원팀이 이긴다고 당신한테 돈을줘 밥을줘?
그렇게 야구 반만큼만 집안일에 신경 좀 쓰지?'
방문을 쾅 닫고 안방으로 들어가버리더군요.
잠시 그러다 말겠지..., 계속되는 야구경기 TV에 눈을 쏟고 ...
경기가 끝나고는 친구와 통화하며 관전평을 주고받았습니다.
그렇게 제가 상황파악을 못한 사이... 아내의 분노는 극에 달했나 봅니다.
그날 밤... 아내의 모습을 더 이상 볼 수 없었고,
전 다음날 아침 아들과 둘이서 라면에 찬밥을 말아먹어야 했습니다.
소파에서 새우잠을 자느라 몸은 몸대로 피곤하고, 눈치는 눈치대로 보고...
안하던 설거지에... 청소에... 어제 종일 부지런히 했는데도
아직도 아내의 표정은 싸늘하기만 하고 안방엔 얼씬도 못하고 있네요...
출근길 제대로 된 밥을 얻어 먹을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무엇보다도 아내의 화가 풀려야 할텐데, 대화조차도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현진엄마~ 미안해... 당신이 나 위해서 술상도 봐줬는데 귀찮다고 화내서 미안해.. 이제 야구도 끝났으니 그럴 일 없을거야.. 앞으로 더 잘할게 ~ 화풀어 .. "
사연보내주신 김종민씨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