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3일 방송분

같은 아파트에 뇌졸중으로 한쪽 팔과 다리가 마비되어

일상 대화조차 불가능한 어르신이 계십니다.

그런 상황인데도 수영장에 다니며 재활훈련도 하고

아파트에서 늘 부지런 하셔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죠.

얼마 전, 어르신께서 혼자 식사를 하려다 다리를 헛디뎌,

머리를 식탁에 부딪혀 크게 다치셨습니다.

부인도 없이, 혼자 집에 계셨던 탓에 관리사무소 직원과경비실에서 급히 달려갔지만...

어찌해야 할 바를 몰라 발만 동동 구르시더군요.

마침 운동을 마치고 현관에 들어서던 저와 제 남편이 급히 119에 전화했고,

남편이 보호자 자격으로 구급차를 탔습니다.

평소 아파트 동대표로 활동하는 봉사정신이 투철한 남편...

함께 사는 이웃이 어려운 일을 겪었다고 하니, 모른 척 할 수 없었다더군요.

병원에서 치료 받는 것까지 확인하고...

직장에서 돌아온 부인께서 병원으로 바로 오신다기에

남편은 집으로 돌아오려다 점심 식사 중 사고가 난거라... 어르신의 끼니가 걱정됐고,

배가 출출하지 않냐고 물으니 말은 못하고, 눈물만 뚝뚝 흘리시더랍니다.

그래서 남편은 요깃거리까지 사다드리고 저녁 늦게야 집에 돌아왔죠.

그 일이 있은 지 며칠 후, 단지 내에서 어르신을 만났습니다.

안부를 여쭸더니... 평소 가꾸던 집 근처 밭으로 이끄셨고,

보는 사람마저도 안타까운 느릿한 거름으로 앞장서시더군요...

밭으로 들어서자마자 덩그러니 탐스럽게 열러있는 호박을 따다 제 손에 들려주시는 겁니다.

그리곤 손짓 발짓으로 그 곳에 있는 야채들을 와서 가져가라셨죠...

마지못해 대답을 하고 돌아오는 길, 가슴 한구석이 찡했습니다...

고맙고, 죄송한 마음들이 섞여있었기 때문일 겁니다.

큰 돈도 아니고, 값비싼 물건도 아니었지만...

불편한 몸으로 느릿하게 집과 밭을 오가며 지은 무공해 농산물... 너무나 값진 선물이었죠...

그 후로도 만날 때 마다 콩이며, 과일을 건네주십니다.

그렇게 해서라도 지난 일을 보답하고 싶으신 모양이예요 ~

한결 같이 부지런하고 성실한 모습으로,

아파트 단지 모든 사람들에게 따뜻한 행복바이러스를 퍼뜨리시는 어르신...

전해 받은 그 마음을 통해 더 큰 삶의 가르침을 얻는 다는 거..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사연주신 이민희( 가명 )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