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2일 방송분

며칠 전... 술이 거하게 취해서 들어온 남편...

다짜고짜 옷을 한 벌 사 주겠다더군요...

마침 계절 옷 정리하면서 아이들 옷을 몇 벌 사야겠다고 생각했던 터라 냉큼 따라나섰죠.

그리고 옷 가게 앞에 서서는 신용카드 한 장을 건네며

한 시간 동안 100만원 쓸 기회를 주겠다는 겁니다 ~

당황스럽기도하고... 기쁘기도하고...무슨일인가 싶어...어리둥절했는데

그것도 잠시 옷을고르기 시작했죠

둘째는 형 것 물려 입으면 되니, 큰 아이 것만 두 어 벌 사려는데...

옷 욕심 안 부리던 작은 아들도 자기 옷을 사달라며 떼를 쓰더군요...

남편은 옆에서 "그깟 것 얼마나 하길래 그러냐"며 둘째도 하나 고르라 하더군요.

아이들 옷값 계산하고나니 13만원 남짓... 바로 제 옷을 사라고 이끌 길래 둘러봤습니다.

유명 브랜드 매장이 많았기에, 지레 겁먹고 쇼윈도의 옷들만 살짝 들쳐봤더니...

보통 20~30만원은 하더군요. 제 스타일 아니라며 발걸음을 돌리자

남편은 한숨을 쉬며 말했습니다... '바보 ~'

못 이긴 척.. 19,000원짜리 티셔츠를 하나 골랐고,

화장품 매장에 가서 필요했던 것 몇 가지 사고 나니, 총 20만원 정도 썼더군요.

한 시간 지나 카드를 돌려주니, '줘도 못쓰는 바보'라며 한참을 놀려대는 남편이 어찌나 얄밉던지...

다음날, 신랑이 봉투를 하나 건네는 겁니다..

매달 자기 용돈에서 몇 만원씩 2년간 모은 돈이라며 200만원이 들어있는 봉투.

살림에 보태지 말고, 꼭 저를 위해 쓰고... 남으면 친정엄마 용돈도 드리라면서요.

매달 마누라가 주는 쥐꼬리 용돈으로 생활했던 사람인데,,,

얼마나 아껴왔을지... 가슴이 뭉클해졌습니다.

곧 제 생일이지만... 빨리 주고 싶어 안달이 났다는 남편을 보며 지난 세월이 스쳐지나갔습니다.

반대를 무릅쓰고 한 결혼... 가끔 이혼을 생각할 정도로 힘든 적도 있었지만,

새벽마다 가족을 위해 군 소리 한번 없이 일어나 회사버스에 몸을 싣는 남편...

결혼생활 10년을 넘기고 나니 얼마나 힘들었을지, 비로소 깨닫게 됩니다.

절대 살림에는 쓰지 말라며 신신당부한 남편의 보너스...

이달 말, 시아버님 회갑에.. 친정엄마 칠순에 쓸 예정입니다.

하지만 절 사랑하고 아껴주는 남편 마음은 평생 간직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사연주신 김현주 씨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