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에게 받은 생일선물

며칠전, 거나하게 술에 취한 남편이 집에 오더니 다짜고자 옷한벌을 사주겠다며 손을 이끌었습니다. 마침, 가을 옷 정리하다보니 큰 아이 옷이 모두 작아져 몇벌 사야겠다고 맘 먹고 있었는데, 잘 됐구나 생각하고, 따라 나섰습니다.
옷가게가 즐비한 곳에 가서는 제게 신용카드 한 장을 내밀더니 한 시간 동안 백만원 어치의 쇼핑을 하라는 것입니다. 어리둥절 했지만, 우리 신랑이 허풍은 좀 있어도, 그렇게 대책없는 사람은 아닌지라 아이 옷을 두벌 샀습니다. 아들만 둘이라 둘째아이는 항상 형이 물려준 옷입기 전문이었는데 평소에는 옷욕심 안부리던 녀석이 그날은 유독 자기도 사달라며 고집을 피우는 겁니다. 항상 하는 레퍼토리, '강아, 넌 내년에 더 좋은 걸로 사줄께'하며 구슬리고 있는데, 그 까짓 것 얼마나 하냐고 둘째도 사주라고 큰 소리를 치는 겁니다.
저는 속으로 '아니, 정말 뭘 믿고 저러는 거지?" 궁금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둘째도 하나 사 주었지요.
그 다음은 제 옷을 사라는 겁니다.
유명 브랜드 매장이 여러 곳 있었지만, 지레 겁먹고 매장 안에는 들어가보지도 못하고 문밖에 걸려있는 것만 들춰보았더니, 답답하다는 듯 제 손을 잡고 매장 안으로 들어가는 거예요.
보통 2~30만원씩 하는 가격표를 보고선, 내 스타일이 아니라며 발걸음을 돌리자, 실망스러워하는 한숨을 내쉬더라구요. 바보라면서요..
할 수 없이 19000원짜리 티 하나와, 화장품 매장에 가서 필요했던 화장품 몇가지 사고 나니, 총 20만원 정도를 썼더라구요,
한 시간이 지났다며 카드를 회수해 가면서, '줘도 못 쓰는 바보'라며 씁쓸해 하는 겁니다.
집에 돌아오는 길이 왠지, 그닥 기쁘지만은 않더군요.
 
다음날, 신랑이 금연신고차 보건소에서 검사를 받고 잠깐 집에 들렀는데, 제게 봉투 하나를 건네더라구요, 200만원이 든 봉투였어요.
매달, 자기 용돈에서 몇만원씩 2년 동안 모은 거라며.. 살림에 쓰지말고, 꼭 당신을 위해 쓰고, 장모님 용돈도 드리라면서요..
겉으로는 왕 오버를 하며, 호들갑을 떨었지만, 정말 가슴이 뭉클하더군요.
한 달 용돈 얼마나 받는다구, 그걸 또 모아서 날 주나.. 싶은 생각에, 고맙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면서...
'당신 생일에 맞춰서 주려고 했는데, 빨리 주고 싶어서 못참고 며칠 앞당겨 주는거야'라는  그 사람.
 
 
반대를 무릎쓰고 한 결혼, 아주 가끔 이혼을 생각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아침마다 알람소리에 미련도 없이 자리 툭툭 털고 일어나 통근버스에 몸을 싣는 당신, 결혼생활 10년이 넘고 보니, 이제야 당신의 수고가, 처자식 사랑이 느껴져요.
 
살림에 쓰지 말라던 그 돈은 시아버님 회갑, 친정 엄마 칠순 등 줄 서 있는 집안 행사에 지출 될 예정이지만 그 고마운 마음은 영원이 남을거예요~
 
그리고, 당신, 지금 금연에 도전한지 한 달 정도 됐는데 잘 참아줘서 고맙구, 꼭 성공하길 바래~
 
 
 
 
신청곡은요  이승철의 '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 입니다.  꼭 읽어주셔서 표현 잘 못하는 제 마음을 전해주세요^^
 
 
저는 김현주 이구요, (전화 010 7440 9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