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햇살 좋은 가을이지만 나들이 계획은 잠시 접어두고 친정으로 향했습니다..
언니네 식구들도 아침 일찍 와 있더군요.
혼자 사시는 친정엄마가 이사하는 날이라 오랜만에 똘똘뭉쳐 이삿짐을 나르기로 했죠.
저층 아파트에서 계단을 오르내리며 사셨는데..
다리가 많이 불편해져, 엘리베이터가 있는 저희 동네 아파트로 옮기게 됐거든요..
집에 들어섰을 때... 예상했던 대로... 챙기다 만 짐들이 널려있었고,
그 어수선한 와중에도, 이삿짐센터 직원들과 딸들이 아침 거르고 왔을까봐
전날 저녁 송편을 빚어 미리 쪄두셨더라구요..
이른 아침이라 다들 생각이 없었지만 엄마의 성화에.. 투덜대면서도 맛있게 먹었습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이사를 시작했는데,,,
짐을 싸고 옮기는 시간이 다른 집보다는 배로 걸린 것 같더군요.
엄마 혼자 짐이지만.. 그 양은 정말 엄청났습니다.
사다리차가 베란다로 짐을 내려놓을 때마다, 저와 언니의 짜증은 점점 쌓여만 갔습니다...
3대가 모여 사는 집보다도 더 많은 짐... 정리하려니.. 눈 앞이 깜깜해졌거든요...
장독이 수십 개... 소금가마는 10가마... 그 외에도 자질구레한 살림살이가 어찌나 많던지...
남편과 형부들이 무척 놀란 눈치였습니다..
엄마는 감독! 나머지 일꾼들은 짐을 하나하나 챙기면서 한마디씩 합니다.
" 이건 어디다 둘까요? 버려도 될 거 같은데? 이거 버릴까요?"
그러나 엄마는 기대와는 달리.. 이건 된장 담글 때... 이건 고구마 캐면 담을 때...
꼭 필요한 것들이니 모두 챙기라는 대답뿐이었죠...
누가봐도, 낡고 못쓰게 생긴 것들인데 고생스럽게 가져와선 쌓아놓기에 바쁜 엄마..
순가누짜증이 났습니다. 편하고 깨끗한 것들도 많은데
왜 그렇게 오래되고, 낡은 것들을 끼고 사시려는지...
그런데, ... 딸 다섯에 ... 넷이나 되는 이모들까지..
혼자 텃밭에서 농사지어 콩, 깨, 고구마, 배추를 보내주려면 저만한 살림은 있어야겠더군요.
김장도 며칠씩 걸려하고, 된장, 고추장 .. 늘 직접 담가 주셨는데...
왜 하나만 생각하고 둘은 생각 못했는지...
혼자서 고생하시는 엄마가 걱정되면서도, 늘 앞장서서 도와드리지 못한 게 죄송했습니다.
이 아침... 쓸데없는 짐이라 생각했던 엄마의 장독에서 꺼낸
맛있는 된장과 김치로 상을 차리다 보니... 죄송한 마음이 더 하네요..
오늘은 퇴근 후에는 아직도 수북한 이삿짐 정리 좀 도와드려야겠습니다.
사연주신 박은아 씨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