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5일 방송분

제나이 서른 여덟... 대학교 4학년으로... 다가오는 겨울, 졸업을 앞두고 있습니다.

이 나이가 되도록 아직 졸업을 못했나 싶겠지만

제가 비로소 하고싶었던 일.. 할 수 있는 일을 찾으려고..

그간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습니다.

취업에 유리하다는 이유로 간호학과에 진학했고...

실제로 근무까지 했었죠. 해외로 지원을 나가 일했을 정도로

그 당시에는 최선을 다해 일했습니다.

하지만, 적성에 맞지 않아 점점 환자들을 대하기가 어려워지더군요.

늘 억지로 떠밀려 일하듯, 항상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만 간절했죠.

그러다 유아교육과에 진학했고 졸업을 했지만, 제게 맞지 않는 옷이었고

생물학과에 편입을 하기도 했었습니다.

결국 중퇴를 하고 방황을 거듭했고... 마음이 잡히질 않더군요...

그러다 우연히 한약학과에서 편입생을 모집한다는 소식을 들었고,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는 확신이 생겼습니다.

그래도 과거처럼 실패를 거듭하지는 않을까 자신이 없었고...

학교생활이 쉽지 않더군요. 낯선 환경.. 낯선 사람들...

저도 그 사이 나이가 들었기에, 띠동갑보다도 어린 학생들과 함께 수업을 받았고,

제 위로 띠동갑을 넘기신 어르신들도, 제2의 인생을 찾기 위해

저처럼 편입을 하셨더군요. 이처럼 다양한 연령이 함께하는 학과가 있을까요.

서로의 취미도.. 좋아하는 노래도 너무나 다른 친구들이었지만

모두 한가지 목표를 위해 공부하다 보니 금새 친해질 수 있었습니다.

어려운 시험을 치르느라 서로 정보도 공유하고...

힘들 땐 커피 한잔 나누며 상대방을 격려하기도 하죠.

제 인생 최고의 파트너들과.. 가장 즐거운 학창시절을 보내고 있는 셈입니다.

어디가서 '한약학과'라고 하면... 한의학과도 아니고 약학과도 아닌데..

도대체 무슨 일을 해서 성공할 수 있겠느냐고 걱정부터 합니다.

사실 앞 날이 보장되진 않았지만, 열심히 하다보면 좋은 결과가 생기리라 믿고

열심히 공부하고 있습니다. 며칠전엔, 1차 졸업고사를 치르고

가벼운 마음으로 술잔을 기울이기도 했죠.

지금의 이 자신감으로 똘똘뭉쳐 사회에 좋은 인재가 되고 싶습니다.

다사다난했던 과거가 있기에, 지금 이 소중한 시간을 갖게 된 것 같아요.

지난 아픔이 헛되질 않길 바라며.. 함께 고생하는 한약학과 친구들 모두

졸업고사에서도.. 졸업 이후에서도.. 좋은 모습으로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사연보내주신 김정씨..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