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겐 즐거운 일만 기억하고 나쁜 일은 쉽게 잊어버리는 습관이 있습니다...
기쁘고 행복했던 일들은 사소한 것들까지도 기억하지만,
슬프고 힘들었던 일들은 머릿속에 지우개가 있는 것처럼 전혀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간혹 꿈을 꾼 것처럼 희미할 뿐이죠...
처음엔 무척 당황했지만,, 이제는 의연하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좋은 일만... 행복한 기억만... 추억으로 간직하며 살라는 뜻 같아서죠...
제가 이렇게, 좋지않은 일을 기억하지 않으려고 하는데는 계기가 있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12년 전... 제가 11살이던 때에 엄마와 아빠가 이혼을 하셨거든요...
평소와 다름없던 오후... 혼자서 TV를 보고 있던 제게,
엄마는 저와 언니가 좋아하는 과자를 잔뜩 사와 현관에 내려놓았고...
"지수야.. 엄마 이제 못 와.." 라는 말만 남기고는 떠나셨죠..
놀라지도,,, 눈물도 나오지 않더군요.
가끔 부모님이 싸우는 소리를 듣긴 했지만, 심각한 줄 몰랐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 알게 된 사실은, 아빠에게 다른 사람이 생겼지만
엄마가 이혼을 원치 않자... 몰래 엄마의 도장을 찍어 이혼처리를 해버리셨더군요...
그 충격으로.. 중학교 때, 빚쟁이에게 시달렸던 일들... 친구와 다퉜던 일들...
심지어 지난여름.. 집을 갑자기 빼라는 집주인의 말에 한 달 동안
할머니와 함께 집을 찾으러 다니며 고생했던 일들도... 모두 아득하기만 하네요...
아빠는... 새로운 분과 함께 살고 있고, 지금 전 할머니와, 언니랑 셋이서 지냅니다.
그리고...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고 열심히 해 돈을 모은 엄마는..
이제 작은 가게를 운영하며 새 삶을 살고 있죠...
저와 언니가 가끔 찾아가 가게 일도 도와드릴 만큼. 이제는 편히 왕래하는 사이가 됐습니다...
언제나 당신을 위한것은 아까워 하시면서도...
저와 언니에게 만큼은, 엄마의 빈자리가 만든 그늘을 거두어 주기 위해
늘 좋고 예쁘고 값진 걸 사주려고 하십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저와 언니를 돌봐주신 할머니의 정성과..
비록 떨어져 있지만 늘 따뜻한 엄마의 사랑 덕분에 오늘날 제가 있었던 것 같아요...
두 분에게 그 은혜 다 갚을 때 까지..
그리고 사랑하는 엄마와 함께 살 수 있을 그 날이 올 때까지 ...
좋은 것만 기억하고 슬프고 힘든 것은 기억속에서 지워가겠습니다
사연주신 김지수( 가명) 씨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