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휴일 아침... 저를 제외한 우리집의 고씨 삼부자는 분주해 졌습니다.
아내이자 엄마인 저만 빼고, 거실에 머리를 맞대고 앉아 긴급 회의를 시작하더군요.
" 운동도 할 겸 자전거 타고갈까?"... "아니, 아빠 차 타고 빨리 움직이자"
" 아니다... 자전거로 목욕탕 갔다가, 집에 와서 아침먹고...
다시 극장에 가서 영화 보고 오는 건 어때? "
남편이 먼저 손을 들어 제안하자,
두 아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그 의견의 적극 동의를 하더군요.
부엌에서 밑반찬을 만들고 있던 전... 생각했습니다.
" 아.. 오늘 아침은 혼자 먹겠구나. 그냥 대충 때워야겠다."
저와 남편...그리고 아들만 둘... 네 가족...그중에 저는 늘 여자로서 외로움이 많습니다.
목욕탕을 간다고 넷이 기분 좋게 나서지만, 홀로 여탕에 가서 외롭게 홀로 등을 밀어야 하고...
온 가족이 자전거로 하이킹을 간다고 해도, 저만 자전거를 타지 못해 매일 짐꾼만 해서...
솔직히 이젠 가고 싶지도 않네요...
학교 다닐 때 한 번도 당한 적 없는 '왕따'를 집에서 몸소 체험하고 있다고나 할까요...
정말 외로울 땐, 딸 하나 낳아, 절 이렇게 만든 고씨 삼부자를
골탕 먹여야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혹시 하나 더 낳았다가, 그때도 아들이면 어쩌나 싶어 차마 엄두를 못 내고 있죠...
그날 오후... 그래도 삼부자 중에 가장 힘이 되는 큰 아들이 거실에 우두커니 있는 제게 찾아와,
"자전거로 태워다 줄테니 시장을 가자"더군요...
어느새 의젓하게 다 커서 엄마를 태우고 자전거를 모는 아들의 등을 보고는
그간 서운한 마음이 다 사라졌습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생선을 잔뜩 하서 자전거에 싣고 집으로 돌아오려는데..
아들이 하는 말...
" 엄마.. 무거우니까 한쪽으로 타지 말고, 다리 벌리고 타세요... 자꾸 기울어요."
그 말이 어찌나 서운하던지... 그냥 터덜터덜 걸어와 버렸습니다.
제 가슴에 비수를 꽂은 삼부자를 굶겨버릴까 하다가...
그래도 사랑하는 남편과 아이들인데... 하는 생각에 맛있는 저녁상을 차렸네요...
책임감 있고 듬직한 큰 아들 윤건! 가끔은 딸처럼 살가운 애교쟁이 연건!
그리고.. 제가 세 아들을 키우게 하는 남편 고동옥씨 !!
가끔은 절 외롭게 만들지라도... 전 고씨 삼부자를 사랑합니다..
사연주신 박미순씨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