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7일 방송분

엊그제 화요일 , 엄마의 54번째 생신이었습니다.

음력 8월 18일. 추석이 며칠 지나지 않은 날인데다

6남매 중 막내로 태어난 탓에, 제대로 된 생일상을 받아본 적 없으십니다.

그래서 늘 신경을 쓰는데요...

그런데 정신없이 살다보니, 작년엔 미처 엄마 생신을 기억 못하고 지나가기도 했네요...

평생 한이었을텐데, 자식들조차도 챙겨드리지 못해 늘 죄송하기만 하네요.

이번엔 잊지 말자 다짐을 했고, 엄마 손을 이끌고 백화점을 찾았습니다.

그간 엄마의 가방이 계속 눈에 밟혔었거든요...

시장에서 직접 고르셨다는 값싼 가방...

같은 여자로서, 여자에게 가방이 어떤 존재인지 알기에 근사한 걸로 선물해 드리고 싶었습니다.

"지금 쓰는 것도 편하고... 나이 들어 좋은 가방이 무슨 필요냐"는 엄마의 말씀...

비교적 고급스러운 제 가방을 보니 죄스럽더군요.

북적거리는 백화점... 가방의 디자인을 보는 게 아닌 가격표만 유심히 살피는 엄마...

가격표를 봤다 하면 토끼눈이 되는 엄마를 억지로 끌고 다니며 이곳저곳 구경시켜드렸습니다.

하지만 엄마는 세일제품 중에서 고르겠다네요..

이왕 장만하는 거... 좋은 걸로 하나 사라는 제 말은 들은 채도 안하셨죠.

늘 좋은 건 아빠와 자식들에게 돌리셨던 엄마를 알기에

저도 더 이상 고집을 피울 수 없었습니다..

결국 두 시간이 넘는 실랑이 끝에 가방 하나를 골랐고, 매우 마음에 들어하셨습니다.

그래 봐야 세일코너에서도 저렴한 걸로 고른건데...

제가 조금 더 여유가 있어서 더 좋은 가방 안겨드렸으면 좋았을텐데,

그나마 가방을 선물하고 나니, 저도, 엄마도 무척 기분 좋은 하루였네요....

아마도 엄마는 거울 앞에서 가방으로 패션쇼를 하시며 즐거워 하셨겠죠?

물질적으로 풍요롭지 못해도 항상 마음으로 넘치는 사랑을 주셨던 엄마에게 감사드리며...

그 간의 희생과 노력이 바래지 않도록, 앞으로 효도 열심히 하겠다고 전하고 싶네요.

엄마의 54번째 생신을 축하드리고,

희생을 운명처럼 여기며 살아오신 모든 어머니들게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 전하고 싶네요...

그리고...엄마 그 가방속에 늘 행복을 담아드릴께요!.

 

사연주신 김정화씨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