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전 친구로 만나 사랑을 하게 됐습니다...
하지만 행복한 시간도 오래가지 않더군요... 뇌종양 진단을 받은 그 사람...
당황스러웠지만, 결혼을 결심하게 됐습니다.
사랑하는 남자를 혼자 아파하게 내버려 둘 수 없었거든요.
함께 이겨내다 보면 종양쯤은 물리칠 수 있다는 희망도 있었구요...
그때 부터 우리의 힘겨운 싸움은 시작됐습니다.
친정에는 남편의 병을 알리지 않은 채.. 결혼을 서둘렀고
결혼후 남편은 방사선치료로 입원할 때가 많아 뭐든 혼자서 해야했죠...
큰 아이를 임신하고, 먹고 싶은 것도... 하고 싶은 것도 많았지만
차마 내색할 수 없어 눈물을 삼키고, 힘들지만 애써 웃으며 남편의 치료를 도왔습니다.
많이들 물어오더군요... 남편의 병을 알면서도 결혼한 이유가 뭐냐고...
전 그냥 웃고 맙니다... 이 남자에겐 내가 아니면 안 될 것 같았고,
저 역시도 이 사람이 아니면 안 될 것 같은 간절한 마음을 어느 누구도 이해할 수 없을테니까요...
오랜 투병생활로 많이 지칠 법도 한데, 남편은 저와 세 남매를 바라보며 힘을 내줬습니다.
정말 착하디 착한 사람인데... 왜 그렇게 몹쓸병이 남편을 괴롭히는지...
그리고 결국 6개월 전,,, 악성 뇌암 판정을 받았고,
병원에서도 "더 이상 손을 쓸 수 없다고 마음에 준비를 하라"더군요.
더 이상은 항암치료도... 방사선 치료도 어려워진데다
암세포의 크기가 너무 커져서 더 이상의 치료를 할 수 없다는 거죠...
네 살, 일곱 살, 아홉 살의 아이들... 시댁에서도 아이들만큼은 낳지 않길 바랬지만,
제 삶의 버팀목이 되어줄까... 남편에게 힘과 희망이 되어줄까... 욕심으로 셋을 낳았습니다.
아빠가 얼마나 아픈지... 어디가 아픈지,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들을 봐서라도
남편이 조금 더 힘내줬으면 좋겠는데...
마지막 기대로 갖고 한 종양제거 수술 이후 깨어나질 않고 있네요...
병원에서도 말리던 수술이었지만, 저와 시어머니가
차디찬 병원 바닥에서 눈물로 사정해 어렵게 하게 된 마지막 수술이었는데...
너무나 사랑하고 소중한 남편... 더 사랑해주고 싶고, 지켜주고 싶습니다.
떠나지 말고, 지금 그대로라도 좋으니 오래오래 곁에 있어줬으면 좋겠어요...
사랑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암세포와의 싸움에서.. 부디 착한 남편이 승리하길...
저와 꼭 잡았던 그 손에서 느껴진 게 희망과 용기이길 바랍니다.
너무 사랑하는 남편이... 제 목소리를 들을 수 있길.. 간절히 원해봅니다.
사연주신 정은아씨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