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씨 '삼부자' 이야기

 

우리집 고씨 삼부자는 일요일 아침부터 분주합니다.

엄마인 저만 왕따 시키고 거실에 머리를 맞대고 앉아 무슨 모의를 하는 것 같습니다. “자전거로 목욕탕 갔다가 아침 먹고 다시 시내 가서 영화 보고 오는 건 어때? 남편이 먼저 손을 들어 제안을 하는 것 같습니다. 큰아들과 작은 아들은 ”야호“하고 환호성을 지릅니다. 아! 오늘 아침은 혼자 먹겠구나!..

우리 집엔 여자가 저 혼자입니다. 목욕탕을 간다고 넷이서 나가도 저만 따로 들어가고 자전거로 하이킹을 간다 해도 저만 자전거를 못 타니 그리 썩 가고 싶지도 않습니다. 학교 다닐 때도 안 당한 왕따를 지금 당하는 것 같습니다.

이럴 때는 딸 하나 낳아서 나도 고씨 삼부자를 왕따 시키고 싶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그래도 그중에 가장 힘이 되는 우리 집 큰 기둥인 큰아들이 어느 날 거실에 푹 쳐져 있는 나에게 다가와“엄마 제 자전거로 시장 가실래요? 제가 태워 드릴께요”어느새 의젓하게 자란 큰 아들의 등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번지더라구요.. 남편이 좋아하는 채소와 아이들이 좋아하는 생선을 사고 큰아들 자전거에 싣고 다시 자전거를 탔습니다. “엄마 다리 벌려 타세요... 몸이 무거워 한쪽으로 기울어요”아! 내 가슴에 비수를 꽂는 아들의 이 한마디가 나를 터덕터덕 걷게 만듭니다. 잔잔한 복수로 오늘 고씨 삼부자를 굶기고 싶은 맘은 굴뚝같지만 그래도 어쩌겠습니까? 남편이고 자식인데... 든든한 남편과 자기 할 일은 알아서 척척 하는 우리 큰아들 윤건이, 딸이 없는 우리 집에 딸 노릇까지 하는 애교 많고 유머 넘치는 우리 작은 아들 연건이.. 오늘은 우리 집 가훈처럼 건강하게 웃는 하루였던 것 같습니다.

글쓴이 : 인후동1가 1029번지 한신휴플러스 114동 1203호

         박미순(010-4113-9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