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30일 방송분

며칠 전... 제 서른 네 번째 생일이었습니다.

평소에 기념일을 챙기는 편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남편이 생일 축하한단 말 한마디 없이 지나가는 건 처음이라 좀 서운하더군요...

그래서 보름 뒤 있을 남편 생일에 턱! 하니 근사한 진수성찬 대령해서 더 미안하게 만들려고

잔뜩 벼르고 있었죠.. 그렇게 하면 죄책감이 들어, 앞으로는 잊지 않겠지 싶었거든요...

그렇게 아무도 축하해주지 않는 생일을 보냈는데,,,,

어젯밤... 어떻게 알았는지, 퇴근길에 케익을 사 왔더라구요..

그래도 서운한 마음이 너무 커, 쉽게 풀어주지 않으려고 보고도 못본 채 거실에 앉아

TV드라마에만 시선을 고정했습니다.

그런 제 반응에 당황했는지, 눈치를 보며 어느새 초를 꽃고 불을 붙여왔더군요...

엉망진창 생일 축하 노래까지... 노력하는 모습에 웃고 념겨야겠다고 생각하고 촛불을 끄려는데,,,

케익 위에 꽂힌 초를 보니 다시 울컥해졌습니다.

기다란 초 3개.. 작은 초 3개... 33개만 꽂혀 있는 겁니다... 제 나이는 34살인데...

동갑내기 부부라 서로 나이를 모를 리 없는데...

바쁘게 지내다보니, 나이조차 헤아리지 못하고 있구나 싶었습니다..

연애 7년.. 그리고 결혼생활 2년....

그간 한 번도 잊은 적 없었던 제 생일을 깜빡 지나쳤다고 토라졌던 자신이 부끄러웠습니다.

자기 나이도 기억하지 못할 만큼 야근에,,, 휴일근무에,,, 바쁘게 살아온 남편인데...

그 맘도 모르고 생일 한 번 지나쳤다고 복수할 생각을 하며 벼르고 있었으니...너무 미안하더군요..

아니나 다를까,,, 어떻게 생일을 기억했는지 물었더니,

시어머님께서 혹시나 해 전화를 하셨더라구요.

애써 태연한척, 제 나이를 알려주곤 맛있는 저녁을 차려줬습니다.

그 날 하루도, 뜨거운 현장에서 오로지 뱃속에 있는 우리 행운이와 저만을 생각하며

열심히 땀 흘려 일했을 남편을 위해 그 어느 때 보다 정성을 다해 요리를 했죠...

얼마 남지 않은 남편의 생일엔 동료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을 수 있는

깜짝 이벤트를 마련할까 합니다.

지금까지 밖에서 땀 흘려 일하는 게 남편의 당연한 도리라고 생각했던 제 생각을 반성하고,

앞으로 더욱 사랑스러운 아내가 되겠다는 의미에서요...

모닝쇼에서도 함께 축하해 주실꺼죠?  

 

사연주신 김미연씨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