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29일 방송분

어제 처음으로 두 아들과 남자들만의 외식을 했습니다.

서울에서 자취하며 대학에 다니는 큰 딸에게 요 며칠 아내를 빼앗겼거든요..

하루 이틀은 냉장고의 밑반찬과 라면으로 어떻게든 버텼는데 사흘째는 안되겠더라구요

혼자 사는 객지의 딸이 안쓰럽다며, 이것저것 잔뜩 챙겨가더니

하늘같은 남편과 귀한 두 아들은 남은 음식만 먹게 하고 간 게 화가 나더군요.

한창 잘 먹고 공부해야 할 고등학교 1, 2학년 아이들을

라면으로 떼우게 할 수 없어 결국은 외식을 택했던 겁니다.

삼겹살이 먹고 싶다길래 고깃집에 갔는데,, 먹다보니 소주가 한 잔 생각 나더군요...

혼자 따라 마시자니 쓸쓸하기도 하고 멋쩍어,,,

핑계 삼아 아들들에게 술자리 예절을 가르쳐주겠다고 했죠.

예부터 술은 어른들에게 배워야 한다고 하잖아요.

그래서 좀 이른 감이 있지만, 아이들에게 술을 한잔씩 따라줬습니다.

어디에서 본 건 있어서 두 녀석 다 고개를 돌리고 마시더군요..

절 닮아 그런지 거뜬하게 한잔씩 비워내고 말이죠...

두 손으로 공손히 따르고 받고...소위 주도를 가르치며 많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그러다보니 지난 세월이 스쳐지나더라구요...

낳기 직전까지 딸 인줄만 알았던 둘째...

계획 없이 덜컥 들어서는 바람에, 낳아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이 많았던 막내...

연년생으로 똘똘 뭉쳐, 큰 누나 외롭게 만들었던 쌍둥이 같은 두 아들...

어느새 이렇게 자라 저와 함께 술잔을 기울이는 청년이 됐네요.

교대에 진학하고 싶다는 첫째...

경영학부에 진학해 평범하고 안정된 직장생활을 하고 싶다는 둘째...

아이들의 미래에 대해서도 처음으로 진지하게 대화를 한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기분이 좋아 연거푸 마셔서인지 , 조금 취한 것 같더라구요.

살짝 비틀거렸더니, 얼른 달라붙어 양쪽에서 팔짱을 껴 부축해주는 든든한 아들들...

건강하게 잘 커줘서 얼마나 고마운지 모릅니다.

“ 다른 아빠들처럼 다정다감한 아빠가 아니어서 미안하고,

너무 착하게만 굴어 걱정스러운 두 아들 민준이, 민우야 !!

앞으로 더욱 더 행복하게 살자 ~ 아빠가 너무 사랑한다... 우리 삼부자 파이팅 !! ”

 

사연주신 권현만씨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