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4일 방송분

세 아이를 키우다 보니 맞벌이가 불가피 했는데요...

그런데 두 달 전부터 아내가 몸이 안 좋아 회사를 그만뒀습니다.

자연스레 살림은 빠듯해졌고, 이젠 주말이면 당연히 하게되던 외식도 부담스러울 만큼

경제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여유없이 살고 있죠...

그런데 이런 제게 힘이 되는 존재... 큰 딸 지연이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어 사연을 보냅니다..

맏이니까 늘 동생에게 양보하라고 했고... 딸이니까 욕심 부리지 말라고 했던...

받는 것 보다 ... 포기하도록 한 게 더 많았던 큰 아입니다...

남들 보내길래 유행처럼 따라 보낸 피아노학원에서도 큰 소질을 보여,

예술고등학교 입학을 권유받기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예체능계 뒷바라지... 솔직히 자신도 없어,,,아내와 상의 끝에 평범하게 키우기로 했죠...

그 때도 이틀을 방안에서 숨죽여 울던 딸을 보고서도

전 어깨를 두드려 주는 것 밖에는 해줄게 없었습니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어린마음에 얼마나 속상했을지... 가슴이 아픕니다.

어느새 자란 딸이, 고등학교 2학년... 남들 다하는 과외 한번 시킨 적 없는데도

모의고사에서 1,2등급을 놓치지 않아 얼마나 고마운지 모릅니다..

그리고 며칠 전이었습니다...

출근길 무심결에 지갑을 열어보니, 있을 리 없는 만원짜리 지폐 열 장이 들어있는 겁니다.

딸이 빼곡히 쓴 쪽지와 함께...

일요일마다 비디오 대여점에서 아르바이트한 돈을 모아 아빠 자존심 챙겨주려고 넣어둔거죠..

자기은 돈 쓸 일이 없다며, 아빠친구들하고 술도 마시고 맛있는 점심을 사 먹으라는 메시지...

시키지도 않았는데 고등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는 아르바이트도 척척 해내고,

공부도 열심히 하는 속 깊은 딸...

아르바이트 한 돈으로 동생들 맛있는 것도 사주고,

자기 용돈 스스로 벌어 마련하는 착한 맏이...

어느새 자라 아빠 용돈을 챙겨주는 든든한 존재가 됐네요.

공부하기도 아까운 시간 쪼개서 힘들게 번 돈인 줄 아는데,

제가 그 돈을 어찌 쓸 수 있겠습니까..

오늘 퇴근길엔 예쁜 딸을 꼭 닮은 꽃 한다발 들고 가 데이트를 청할까 합니다.

그러면 분명히 속 깊은 우리 딸은 가족 모두 집에서 치킨이나 시켜먹자고 하겠죠... ?

예쁘고 듬직한 우리 딸... 아빠가 너무너무 사랑하고...

그 동안 진 빚,,, 조만간 다 갚아주겠다고 전하고 싶습니다...

 

사연주신 신상범씨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