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3일 방송분

지난 주말.. 조부모님의 산소 벌초를 하러 갔습니다.

평소에 바쁘다는 핑계로 찾아보지 못했기에 어머니와 딸을 데리고 여행 삼아 진안으로 떠났죠...

분명 가벼운 마음으로 떠났는데 ,, 많은 생각이 들더라구요.

어머니는 어떠신가 싶어 얼굴을 살펴보니 눈가가 촉촉이 젖어있었고,

눈물이 흐르는 얼굴에는 세월의 흔적이 담긴 검버섯이 잔뜩 피어있었습니다.

그동안 보지 못했던 어머님 얼굴에 세겨진 세월의 흔적들...

참 곱다고만 생각했었는데... 죄스럽고 부끄러워졌습니다...

더 이상 어머니 얼굴을 제대로 볼 수가 없었죠...

유복한 집안에서 자라셨지만, 가난한 아버님 만나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다섯 자식 힘들게 키워내셨으니 ..이제 그 보람을 느끼실 때도 됐는데...

넷째 아들인 제가 마흔이 넘어 이혼해 딸 하나와 살고 있으니 얼마나 마음이 아프실까요?

아버지와도 7년 전 사별하고 지금은 제가 모시고 있는데,

가끔... 몸은 힘들어도 마음만은 풍요롭고 행복했던 지난 추억을 푸념처럼 늘어놓곤 하십니다.

젊었을 땐 별명이 이미자 였을 정도로 노래하기 좋아하시고

늘 활동적인... 누가 봐도 예쁘셨는데,

어느새 나이가 들어 나약해진 본인 모습에 만감이 교차하시나보네요...

산에 올라 벌초를 마치고 주변을 정리하면서도 자꾸 어머니 안색이 신경쓰였습니다.

어머님께 술 한잔 따라드리니, 자꾸만 옛날 생각이 나시는지 눈물 섞인 하소연을 하시네요...

혼자 사는 자식이 가장 걱정된다며, 조상님께 "제발 좋은 일 생길 수 있게 보살펴 달라"면서요...

아직도 어머니는 당신 얼굴에 있는 주름과 검버섯보다도

혼자 사는 아들이 더 걱정인가 봅니다...

저도 열 살 된 딸을 혼자 키우다보니, 어머니 마음을 조금은 헤아릴수 있겠더군요...

집에 돌아와 잠자리에 들기 전 이런 말을 하시더군요...

당신이 세상을 떠나면.. 자식들 귀찮게 하기 싫으시다며 화장을 해 달라구요...

가슴 한 켠이 찡 해졌습니다...

어머니께 전해주세요.. 떠나실 날은 아직 멀었으니..

그 때까지, 아니 조금 더 자식들 곁에서 행복한 여생을 보내셨으면 좋겠습니다...

어머니 사랑합니다...

 

사연주신 이상진씨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