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7일 방송분

중등임용고시를 준비하고 있는 수험생입니다...

수험생이라면 다들 공감하시겠지만,

친구들과 만나는 것도 줄고 가끔 외롭다는 생각에 예민해지기도 합니다...

반복되는 일상에 지쳐 힘없이 귀가하던 며칠 전이었습니다...

누군가 뒤에서 '아가씨~' 하고 부르더군요.

낯선 목소리에 뒤돌아보니, 한 아저씨가 불편해 보이는 다리로 다가왔습니다.

고속버스 터미널의 위치를 묻더군요...경상도 사투리를 쓰고 있었고,

설명해봤자 모를 것 같아 그냥 택시타면 기본요금거리... 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랬더니 지갑을 잃어버렸다며 걸어 가야하니 위치를 자세히 알려 달라 하더군요.

저도 어차피 방향이 같고, 조금만 걸으면 될 것 같아 직접 안내할테니

같이 가자며 적당한 거리를 두고 걸었습니다.

그 때 부터 아저씨는 뒤에서 휴대전화로 누군가와 통화하며 본인 사정을 설명하더군요.

제가 다 알아들을 수 있는 소리로...

정리하자면... "기차에 지갑을 두고 내렸고, 연락이 왔는데, 돈은 없고 신분증만 있고,

역에서 부산까지 택시를 타고 가려니 가격이 너무 비싸..버스를 타려고 터미널에 가려고 한다...

아무것도 못 먹어서 배가 너무 고프다..." 이런 내용이었죠..

별 생각없던 저도 아저씨의 통화내용을 듣고 나니 마음이 쓰이더군요.

저 불편한 몸으로 역에서 터미널까지 걷고 있는데다가

돈을 빌릴 사람이 없어서 택시타고 부산까지 가야한다니...

순간 저도 모르게 부산까지 버스요금이 얼마냐고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처음 본 사람한테 어떻게 돈을 빌리냐며 사양하더군요.

전 왠지 모르게 믿음이 갔고,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었기에

연락처를 주고 받은 뒤... 4만원을 빌려줬습니다.

그 돈은 공부한다고 도시락 싸는 딸이 안쓰럽다며,

공장 다니는 어머니께서 밥이라도 든든히 먹으라며 주신 돈이었어요...

그래서 부탁했죠 .. 저는 학생이고, 한 달 식비니까 꼭 돌려줬으면 좋겠다구요...

다음날 오전 꼭 돌려주겠다며 계좌번호를 받아갔던 아저씨는

다음날에도 ... 그 다음날에도 연락이 없더군요...

착신이 금지된 아저씨의 전화번호... 선하게 웃던 아저씨의 얼굴..

제가 바보였나 싶어, 며칠간 공부에 제대로 집중할 수 없었습니다.

앞으로 마음을 베풀 수 없을 것 같아요... 제겐 큰 돈을 잃어버린데다가

상처를 많이 받았고, 그 어디에다가도 말할 수 없는 심정... 어떻게 해야할까요...

 

사연주신 이미연씨.. (가명)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