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분은 지금 어디에...

아마도 어언 10년전일이네요.

제가 마지막 인턴으로 응급실을 맡고 있을때 요란한 싸이렌 소리와 함께 메케한 탄 냄새와 같이 침대에 실려들어온 환자는 시아버지의 라면을 끓이다가 가스폭발로 70%이상의 전신화상으로 후송된 30대 환자였습니다. 머리, 얼굴, 가슴, 양팔, 양다리, 윗쪽 등부분등 단지 복부부위와 등부위를 제외하고는 숯검뎅이같은 모습이었습니다. 병원의료진 모두가 저정도의 화상이면 2-3일정도에 급성패혈증으로 사망하리라 생각했죠. 그러나 기적적으로 살아났고, 중환자실 격리실에서 집중치료를 받았습니다.  채 몇일후 정형외과 레지던트가 되었고, 그 화자분을 주치의로 맞이했습니다. 아침 회진 준비,  각과의 컨설트( 자문), 수술 환자준비, 응급실 콜,  차트정리, 환자 소독, 처방전 쓰기등 24시간이 부족한 하루를 보내고 있는 저에게 그 환자분의 하루 2번씩 40분 이상 소요되는 전신 소독은 저에겐 성가시고 귀찮고 일을 채 끝내지 못해 오후 회진시 깨지는 구실이 되었죠, 어느날, 소독을 하러 들어간 방엔 그 환자의 젊은 시절 아리따운 모습의 조그만 사진이 침대 한켠에 붙어있었죠. 내가 나만 생각했구나 한없이 부족한 저에게 채찍질을 하며 그 이후론 즐거운 마음으로 그 방에 들어가게 되었고 점점 대화도 늘고 서로 친해졌죠. 상태가 좋아져 일반실로 나오게되고 모든 관절의 구측을 펴주는 10여차례의 수술과 피부이식을 거치면서 이젠 자유로이 돌아다닐수도 일상적인 생활이 가능해졌죠. 특히 병동에서 유명한건 남편과 시어머니의 지극정성스런 간호였답니다 그렇게 병원에서 1년반이 지난때, 새벽에 처방전을 쓰고있는 저에게 다가온 그분은 하염없이 울면서 이혼애기를 하게 되었고 그 후 10여일후 그분은 병원을 떠났으며 그게 제가 본 마지막 모습입니다. 지금도 어딘가에서 행복하게 사시길 빌어보며 그 분을 떠 올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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