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9일 방송분

남편과 갑작스러운 사별로... 고등학교 졸업 후 떠났던 고향인 군산으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다시 시작된 고향 생활은 10년 정도 된 것 같네요...

집에서 살림만 했던터라 남편없이 혼자 덩그러니 남고 보니 앞날이 착잡했죠..

그래서 남편을 따라갈까 ... 어리석은 생각도 했었지만,

저 하나만 믿고 있는 사춘기 두 딸이 있어 감히 그럴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친정으로 내려와 새로운 삶을 시작했습니다.

노점상, 식당 주방, 아이 돌보기 등 안 해 본 일이 없네요

그렇게 혼자 열심히 살다보니, 어느 정도 돈도 모아 드디어 저만의 가게를 갖게 됐죠.

작은 편의점이지만 아르바이트생과 교대로 일하며 그럭저럭 자립에 성공했답니다...

그런데 가끔 우울할 때가 많더군요...

일하다보면 친구들 만날 새도 없이 집에 가서 쉬기 바쁘고...

아낀다.. 아낀다.. 하다보니,, 문화생활도 쉽지 않구요.... 한마디로 삶의 여유가 없네요

그런 저를 보고 누구보다 딸 들이 걱정이 컸습니다.

짐이 되지 않으려 노력해도, 딸 입장에서는 마음쓰이는 존재일테니.. 잔 소리를 피해갈 수 없더군요.

며칠 전이었습니다.

좁은 가게 한쪽에서 혼자 점심을 해결하고 있었죠...

그런데 첫째가 갑작스레 들렀더라구요...

아무리 딸이지만, 김치 하나만 덜렁 꺼내놓고 먹는 게 창피해서 서둘러 치우려는데,

갑자기 "왜 이런 밥을 먹냐"더라구요...

사실 얼마 전부터 밥통이 고장났는지.. 밥이 아랫부분만 익고, 위에는 설익더라구요

가게일도 바쁘고, 혼자먹는 거라 급하지 않아.. 밥통 사는 걸 하루하루 미뤄왔던것 뿐인데,,

그런 저를 보던 딸... 급기야 눈물을 흘리더군요..

가뜩이나 혼자 구석에 앉아 먹는 것도 마음 아픈데, 차림도 부실하게 먹어야겠냐구요...

머쓱하기도 하고, 미안한 마음에 다신 안 그러겠다고 약속하고 겨우 달래서 보냈습니다.

그런데, 다음날부터 가게로 택배가 줄줄이 오더군요.

작고 예쁜 전기밥솥에, 쌀.. 그리고 직접 만든 반찬까지요...

너무 미안했습니다.. 챙겨주는 존재가 아닌, 보살핌 받아야하는 존재가 된 것 같아서..

딸의 고마운 마음을 받아.. 이제부턴 꼬박꼬박 식사도 챙기고, 늘 즐겁게 지내려고 합니다...

착해서 고마운 우리 딸들에게... 사랑한다고 전하고 싶네요..

 

사연주신 문명자씨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