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새벽... 아들이 캐나다로 공부하러 떠났습니다...
배웅하고 돌아와 텅 빈 방을 들어가보니,
손 댈 곳 없이 깔끔하게 정리를 하고 떠난 아들에게 괜히 서운하더군요...
정리를 핑계로 이리저리 좀 둘러보면 좋을텐데 말이죠...
5년전, 군대보낼때도 이렇게 서운하지는 않았던 것 같네요.
그 땐 몇 달에 한번 씩 면회나 휴가로나마 얼굴을 보고 지냈는데,
이젠 2년 동안은 서로 떨어져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니 벌써 애틋해집니다...
출국하기 전날, 근처에서 식구들끼리 저녁식사를 했습니다.
본인도 마음이 착잡했던지, 말없이 할머니의 휠체어를 밀며 앞서가더라구요...
휠체어에 앉아계신 할머니와.. 손주는 서로 같은 생각을 했으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내가 없는 동안.. 혹시나 할머니께서 돌아가시면 어떡하지..."
"우리 손주 돌아오기전에 내가 명을 다하진 않을까..."
어머님께선 90세를 바라보는 나이이시고...
또 만성 신부전증으로 혈액투석중이시거든요...
유달리 어머님과 아들은 각별한 사이로 이웃에도 소문이 나 있습니다.
매년 어버이날이면 할머니, 할아버지 앞으로 편지도 쓰고,
엄마 아빠 보다는 할머니 할아버지를 먼저 챙기던 아들이거든요...
저녁식사를 마치고, 어머님께서 손주에게 만원짜리를 몇 장 쥐어주셨습니다.
"공부하다가 배고프면, 맛있는 거 사먹으라"고...
아들은, "이제 한국 돈 필요없다"며 마다길래
제가 눈짓으로 받아두라고 했습니다. 어머님 마음이 담긴 돈이니까요...
꼭 성공해서 돌아오라는 어머님의 떨리는 목소리에 온 가족이 숙연해졌습니다...
제 마음이 이렇게 허전한데, 어머님도 애지중지 하던 손주 떠나보내고 얼마나 허전하실까요...
그래서 그런지, 이틀에 한번 씩 혈액투석을 받으러 가기 전엔
꼭 아들 녀석 방을 둘러보고 가신답니다...
그렇게 어머님은 손주를 생각하시면서 더욱 건강히 오래사셨으면 좋겠네요..
그리고.. 아들에게 바라는 점은,
요즘 신종플루 때문에 전 세계가 시끄러운데... 몸 건강히 공부 열심히 해서
이루고자 하는 바 이루고 돌아와 온가족이 함께했으면 좋겠습니다...
아들이 더욱 생각나는 아침이네요...
사연주신 이미옥씨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