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초반의 저희 엄마는 빼어난 동안미모로
어딜 가든지... "30대가 아니냐"는 소리를 들으시곤 하는데요..
문제는 마음도,,, 얼굴처럼 30대에서 멈춰버린 것입니다..
요리면 요리, 청소면 청소... 살림도... 몸에 밴 베테랑 주부여아 할 엄만
아직도 저보다 집안일이 서툴거든요...
요리나 청소를 하고나면 가전제품 하나쯤 못 쓰게 만들거나 꼭 한군데 상처가 나야 끝이 납니다.
그래도 가족들을 사랑하는 마음에 늘 청소하시고, 새로운 요리에 도전하는 엄마...
하루는 딸이 좋아하는 잡채를 만들겠다... 더라구요..
솔직히 전 기대도 안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은 있었습니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야채를 먼저 볶고, 고기를 나중에 볶아
야채는 다 뭉개지고, 고기는 덜 익은 겁니다. 게다가 당면에는 참기름 범벅...
엄마의 요리 철칙! 모든 요리엔 ' 깨와 참기름..그리고 꿀' 이 들어가야 제 맛이라고 생각하시거든요.
또 어느 날엔가는 공부를 마치고 집에 들어가니, 커다란 솥이 있었습니다.
불안한 기운이 엄습했고, 역시 절 위해 뼈다귀 탕을 끓여두셨더라구요...
그런데 익히는 사이에 뭘 하신건지...
너무 푹 삶아져 뼈와 고기가 모두 으스러져 맛만 보고 버려지고 말았습니다..
그럼 20년이 넘도록 엄마가 해주는 밥을 먹고 살아오신 아빠는 어떻냐구요?
다행히도 저희 아빤,, 김치만 있어도 한 그릇 뚝딱이신 소탈하신 분이랍니다...
물론 저는 말할 것도 없구요...
하지만 오빠는... 군대시절 먹던 짬밥이 그립다며, 물 말아서 김치랑 끼니를 때웁니다.
이렇게 늘 크고 작은 사고의 주역인 엄마와 사는 심정...
겪어보지 않으면 모르실 겁니다...
물가에 내 놓은 아이가 아니라.. 물가에 내 놓은 엄마를 둔 저... 늘 불안하고 초조하기만 합니다.
제가 대학생활을 강릉에서 보냈거든요...
주말에 한번 씩 다녀갈 땐 차창 밖에서 목 놓아 우는 엄마 때문에 가끔은 창피하기도 했습니다.
버스기사님이 오죽하면 "어디 죽으러 가냐"고 묻기까지 했으니까요...
그래도 사랑스런 우리 엄마를 전 세상에서 가장 사랑합니다.
요리, 빨래 다 못해도 좋으니 언제까지나 지금처럼 즐겁게 웃는 모습으로
곁에 오래오래 계셔주셨으면 좋겠어요... 엄마 사랑해요 !! 열심히 공부해서 든든한 딸이 될게요 ~
사연주신 성정음씨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