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이 되면 어김없이 생각나는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2년 전 여름, 남편과 함께 안면도로 피서를 가고 있었죠.
대화 끝에, 전 평소 남자답지 못한 남편의 성격을 지적했습니다.
" 남자가 자기주장도 강하고, 박력도 좀 있어야지.. 자기는 그게 뭐야?"
이 말에 자극을 받았는지, 신나게 달리더니 신호위반으로 경찰에게 딱 걸려버렸습니다.
저는 얼른 차에서 내려, 길을 잘 몰라서 그랬다며 애교를 부렸죠.
조금의 정상참작이 있길 바라며 상황을 좋게 풀어가고 있는데
그 때 남편이 오만상을 찌푸리며 차에서 내리며 하는 말,
" 그거 얼마나 된다고 그래? 그냥 끊어 ! "
본인도 의경출신이었는데, 이래봐야 소용없다며 경찰을 자극하는 겁니다.
결국 딱지를 뗐고, 도대체 왜 그랬냐는 제 물음에 대답하길...
제가 강한 남자를 좋아하는 것 같아서 그랬답니다.
결국 쌓여있던 벌점 덕에 면허정지를 당했죠..
그 뿐이 아닙니다... 작년엔 제가 두 번째 손가락을 심하게 다쳤습니다.
그런데 괜찮냐고 물어보지도 않아 서운하더라구요.
그래서 남자가 어떻게 그렇게 무심할 수 있냐며 잔소리를 했습니다.
그랬더니 그날 밤 ... 술을 잔뜩 마시고 들어와서는 제 손가락을 잡고 울더군요.
사실은 마음이 많이 아팠다며,,, 미안하다구요...
그런데 가만히 보니,,, 제 다친 손이 아닌 다른 손가락을 잡고 서럽게 울고 있었습니다.
전 웃음이 나서 그 손가락이 아니라고 했더니, 민망했는지 울음을 그치더군요.
그리고 얼마 전엔 18개 월된 아들이 고열로 경기를 일으켜 응급실에 갔었습니다.
위독한 환자가 많은 중환자실... 저는 아이를 안고 진료를 받고 있는데,
글쎄 옆에서 울고 있더라구요.... 다른 병도 아니고...
아이가 감기에 걸렸다고,,, 생사의 기로에 계신 분들 앞에서 그렇게 울었으니...
그 분들은 얼마나 황당하셨을까요??
이렇게 마음 여리고 눈물 많은 남편 때문에 제가 웃고 삽니다.
가끔은 제게 울보라고 놀림 받고, 남자답지 못하다고 잔소리 들어도
결국은 사랑할 수 밖에 없게 만드는 귀여운 남편!!!
“ 박형천씨 ! 앞으로도 지금처럼만 서로 사랑하며 재밌게 살자...”
사연주신 이경민 씨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