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4일 방송분

제게는 늦둥이 자식이 하나 있습니다..

내 배 아파 낳은 아이는 아니지만... 요즘 아이 키우는 맛에 사네요...

곱슬머리가 트레이드 마크인 태연이.. 태어난 지도 이제 막 1년에 접어드는데요.

숙모를 엄마라고 생각해 엄마 마음을 아프게 하는 불효를 저지르고 있지만...

전 그 모습마저 사랑스럽습니다..

시누이는... 마흔의 늦은 나이에 결혼을 해 이듬해 태연이를 낳았습니다..

하지만 맞벌이를 하고 있어 아이를 키울 형편이 못돼 저희 집에 맡기게 됐네요..

저도 낮에는 미용실에서 일을 하기 때문에 낮에는 시어머니께서 아이를 돌보시죠.

허리 디스크 수술을 하셨기에 아이를 업지도 안지도 못하십니다..

하지만 태연이는 신기하게도 할머니만은 귀찮게 하질 않더라구요

몸이 안 좋으시다는 걸 꼭 알고 있는 것처럼요...

때문에 전 퇴근을 하면 시장 보는 시간도 아까워 서둘러 집으로 향합니다...

그런데 제가 귀가할 시간만 되면 칭얼대고 자꾸 보챈다고 하더군요...

그리곤..제가 도착하면 "안아달라, 업어달라, 밖에 나가자"... 옷 갈아 입을 시간도 주지 않고...

잠시도 절 가만 놔두질 않죠... 이 사랑스러운 모습... 어찌 거절할 수 있겠습니까...

정작 저희 아이들도 예전에 이렇게 사랑으로 키웠던 거 같지 않네요..

하루 종일 아이 보느라 애쓰신 어머니... 잠이라도 편히 주무시라고 아이는 제가 데리고 잡니다...

덕분에 남편과 저는‘ 한 지붕 주말부부 ’가 됐죠..

단독주택인데... 2층에는 고3인 딸.. 그리고 졸지에‘홀아비’가 된 남편이 지내고 있어요...

한창 입시 준비로 바쁘고 우울해 하는 딸에게 신경을 써주지 못해서 미안하지만

이해해 줄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도 다행인 게...태연이가 유난히 누나를 따라서

딸 역시 .. 태연이를 친 동생처럼 사랑해 줍니다.

그리고... 금요일 저녁이 되어서야 시누가 아이를 데리러 오는데요...

그 때마다 울며 엄마에게 가지 않으려는 태연이를 보면 마음이 아픕니다...

함께 할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이겠지만, 서운해 하는 시누이를 볼 때마다... 걱정도 되네요...

그런데요... 12월에는... 태연이의 동생이 태어난답니다...

이 녀석 때문에 딸과 남편의 독수공방이 길어질지도 모르겠네요...

“ 태연아! 아프지 않고 무럭무럭 커줘서 이 외숙모는 정말 고맙단다...

설사 동생이 태어나 네가 찬밥 신세가 된다고 해도...

이 외숙모는 찬밥을 더 좋아하는 거 알지...? 사랑한다...”

 

사연주신 박미숙씨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