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2일 방송분

저는 아파트 관리소장을 맡고 있습니다...이 일을 한지 5년째 이네요

아파트 관리직은 특성상 여러 계층의 사람과 만나는 즐거움이 있죠...

지난 달 5월 중순 경... 강복철 할아버지를 처음 만났습니다..

물탱크 청소하는 날이라 수돗물 공급이 중단된 상태..

강 할아버지께서 관리사무소에 오셔서

이사 때문에 물청소를 해야 하는데 물이 안 나온다는, 민원을 주시면서 뵙게 됐죠...

그런데 다음날... 강 할아버지가 다시 관리사무소를 찾으셨습니다...

전입신고를 하시기 위해 오신거더군요...

이마의 주름살만큼이나 선한 인상의 할아버지는 이른 더위에 지쳐있던 직원들을 보고

더운데 고생이 많다며... 수박한통 사 먹으라며 2만원을 내미시는 겁니다...

저희는 괜찮다며 사양을 했죠...

하지만 할아버지는 손주에게 용돈 주시듯... "받으라"며 계속 제 손에 쥐어주시려 했고...

결국 만 원을 받아 제일 먹음직스럽게 생긴 커다란 수박 한 통을 사 왔습니다.

그렇게 할아버지와 함께 직원 모두 모여 앉아 수박파티를 열었습니다.

쩍 갈라진 수박 속의 빨간색처럼 볼에 분홍빛 홍조를 띤 모두는 얘기꽃을 피우며

한 통을 후딱 해치웠죠.. 여태 제가 먹어본 수박 중에서 제일 달고 맛있었습니다...

입주자 카드에 인적사항을 적으며 할아버지의 존함이 강 복자 철자인 것과

올해 연세가 84세라는 것도 알게 됐죠...

혼자 계시는 제 장인어르신 생각에 왠지 모르게 마음이 가더라구요..

그렇게 몇 주가 지난 뒤 우연히 아파트 현관에서 서성이는 강 할아버지를 다시 만났죠...

번호키가 열리지 않아 댁에 못 들어가신다고 하더라구요..

제가 해 봐도 안 되길래 열쇠 수리 전문점에 연락하려고 입주자 카드를 보니...

글쎄... 당신 집 호수를 착각 하셨더라구요

설명을 드리니 멋쩍어하시며... 수고했는데, 음료수나 한 잔 하고 가라고 저를 이끄십니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건데...

할아버지는 작은 것 하나도 그냥 지나치지 않고 친자식 대하듯 꼭 챙겨 주시려 하네요...

길을 가다가 마주쳐도 먼저 인사를 하실 정도로 이웃 모두에게 친절하신 강 할아버지...

저희가 먼저 인사를 드려야 옳은 건데...

따뜻하고 정 많은 이웃을 만난 거 같아 절로 웃음이 납니다...

“어르신... 오래오래 건강하게 사세요...”

 

 

사연주신 김귀철 씨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