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9일 방송분

저희 집엔 한창 시끄러울 나이의 3살, 6살 남자아이 둘이 있답니다...

매일 아침 저녁 할 거 없이 종일 제 혼을 쏙 빼놓곤 하는데요...

다그쳐도 매를 들어도 항상 그 때 뿐이죠...

가끔 뉴스를 보면 이웃끼리 층간 소음 때문에 멱살을 잡고 주먹다짐을 하다

심한 경우 소송까지 가는 걸 보곤 하는데요...

사내 아이들을 키우는 저도 그런 일이 남의 일 같아 보이지 않네요...

 

제가 살고 있는 집은 4층짜리 상가주택입니다...

저희는 4층에 살고 있고 3층엔 노부부가 살고 계시죠...

성격 상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것도...

좋지 않은 소리를 하는 것도, 듣는 것도 싫어하는 저로서는

가급적 소란을 피우지 못하게 하는데

설거지나 빨래로 잠시 긴장을 풀어주면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며

날아다니다시피 하는 아이들 때문에 당황한 적이 한 두번이 아닙니다...

호통을 쳐도 그 때 뿐이고... 바닥에 매트도 깔아봤지만,

어떤 날은 집안이 울릴 정도로 뛰네요...

 

하루는 아이들이 슈퍼맨 흉내를 내며 쇼파에서 침대로.. 뛰며 소란을 피우는 겁니다.

아랫집에 너무 미안해서 쟁반에 과일 몇 개를 담아 내려갔죠...

시끄럽게 해서 죄송하다고... 말씀 드렸더니 할아버지는 허허 웃으시면서

늙은이 둘이 살아서 재미없고 심심했는데 윗집에서 쿵쾅거려주니 살 맛 난다고...

오히려 가끔씩 조용할 때는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닐까??

걱정까지 했다고 농담을 하시는 겁니다...

농담인줄 알면서도 제 얼굴이 빨개지니 할머니께서는 할아버지를 나무라시며

제가 담아갔던 쟁반에 감자와 고구마를 한 아름 담아주시더라구요.

한사코 거절을 해도 그릇은 빈 채로 돌려보내는 게 아니라고 떠미시는 통에

결국 거절하지 못하고 받아왔네요

집에 오니 말썽꾸러기 아이들...

환호성을 지르며 감자와 고구마를 양손에 들고 신나게 먹더라구요.

자기들이 뛸 때마다 엄마의 심장은 콩닥콩닥, 노심초사라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피식 웃으면서 식탁에 앉아 오랜만의 여유 아닌 여유를 즐기며

좋은 이웃을 만난다는 게 이렇게 행복하고 뿌

듯하기까지 하다는 걸 새삼 느끼는 하루였습니다..

할아버지, 할머니... 다시 한 번 죄송하구요... 오래오래 건강하세요...”

 

사연주신 최미리씨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