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3일 방송분

저희 시아버님은 무학력이십니다...
농사를 지으며 11남매를 키웠던 시할아버님의 고집에 아무것도 배우지 못하셨죠...
공부하면 뭐하냐고... 평생 농사 짓고 살거면서... 일이나 배우라
는 부모님 말씀에 소학교 1년을 다니신 게 배움의 처음이자 마지막이셨답니다.
그렇게 부모님 말씀처럼 고향에서 농사로 사셨지만
당신처럼 살아선 안된다며 자식들 모두 석, 박사까지 마치게 하셨죠...
아프셔도 등록금 보태야 한다며 병원에도 한 번 안 가신 아버님의 지독한 사랑으로
4남매 모두 학업을 마치고 결혼까지 했지만... 어머님도 돌아가시고,
홀로 시골을 지키실 아버님의 모습에 가슴이 아파 저희 집으로 모셨습니다...
가족들과 함께 생활하시면 좋아하실 줄 알았는데
환경이 달라져서인지 쉬이 적응을 못하시더군요...
하지만 다행히.. 동네 분들과 인사도 하시며 조금씩 예전의 모습을 찾고 계셨죠..
그러던 어느날... 저한테 뭔가 하고 싶은 말이 있는 표정으로 눈치를 보시더라구요..
그러시더니 간절함이 가득 담겨 있는 눈빛으로
주섬주섬 주머니에서 작은 편지봉투 하나를 꺼내시는 겁니다..
그건 큰 손주가 지난 어버이날 써서 보내 온 편지였죠..
그런데 아버님이 까막눈이라서 읽지 못하셨던 겁니다..
전 편지를 꺼내 읽어보고,“ 할아버지.. 늘 건강하시고 사랑한다고 하네요...”
환해지는 얼굴 ... 그런데 금새 시무룩해 지십니다... 이유인 즉, 답장을 쓰지 못한다는 것...
저는 웃으며 아버님께 한글을 가르쳐 드리겠다고 했더니
얼굴의 주름살이 펴질 정도로 환하게 웃으시네요...
그래서 저는 퇴근을 한 뒤 아버님의 개인교사로 일을 했습니다...
보수 없는‘ 투잡 ’이라고 할까요...?
현관문에 붙여있는 전단지 뒷면에도 연습하시고, 진지 드실 때도 젓가락으로
식탁에 글을 쓰시는 모습... 그 열정은 젊은 사람 못지 않더군요...
이제 어느 정도 진도가 나가서 손주에게 보낼 답장을 열심히 쓰고 계신데...
마음에 안 드시는지 밤새도록 썼다.. 지웠다를 반복하시네요...
버려진 편지지만, 거짓말 조금 보태서 사과 한 박스는 넘을 겁니다...
지금은 편지를 거의 마무리 하신 거 같은데... 부끄럽다고 보여주시지는 않지만...
수줍은 소년처럼 웃으시는 아버님의 모습... 너무 귀여운 거 있죠...
“ 우리 아버님... 파이팅! ... ”
 
 
사연주신 이정연씨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