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일 방송분

제겐 고치지 못할 불치병이 있습니다... 그건 바로...‘지각병’...
엄청난 게으름이 빚어낸 결과물이죠...
조금만 일찍 서두르면 되는데, 늦장을 부리다 보니 지각은 다반사...
하지만, 주위사람들은 제가 아주 부지런하고 꼼꼼한 성격의 소유자로 알고 있습니다..
보통 지각하는 사람들을 보면 치장 하는데 어렵지만..
하지만 저는 완벽한 옷과 메이크업... 어느것 하나 허술하지 않습니다..
1교시 수업은 9시... 집에서 학교까지 30분 정도 걸림에도 불구하고...
8시 40분이되야 일어납니다. 이만 닦고 버스를 타러 열심히 달리죠...
일단 학교에 도착하면, 교실이 아닌 사물함에 구비돼 있는 세면도구와 화장품을 들고
화장실로 직행.그리곤 단장 시작
그럼 어느새 .. 단아하고 정갈한 모습으로 변신..
그런데, 그런 저를... 처참히 무너뜨린 대사건이 있었습니다.
하루는 눈을 떠보니... 9시 10분... 어김없이 1교시 수업이 있던 날이었고
학교에 가서 준비하기엔 시간이 모자라 버스에 타자마자 화장을 시작했죠.
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졌지만,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는데 제 앞에 할아버지가 서 계셨던 겁니다.
정신없이 화장을 하는 제 모습이 보기 불편하셨는지..
“ 이뻐... 이뻐... 늙은이 세워놓고 그렇게 찍어 바르니까 좋냐... 쯧쯧쯧... ”
버스 안이 떠내려가라 큰 소리로 말하시는 겁니다...
순간 창피해 고개를 숙였는데, 순간! 번뜩이며 생각나는 게 있었죠. 이 난감함을 사라지게 할....
전 고개를 들고 크게 말했습니다.
“ 할아버지! 저 임산부에요! 지금 몸이 안 좋아서 병원가는 길이구요 ”
순간 버스 안은 잠잠해졌고...
전 사람들의 동의를 얻기 위해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봤죠...
그 때!!! 할아버지 뒤에 서 있던 같은 과 후배와 눈이 마주친 겁니다..
정말 쥐구멍은 이럴 때 찾는구나... 싶었습니다...
그 뒤로... 임신에 대한 루머로 시작해 저의 게으름과 불치병은 만 천하에 알려졌고...
평소 관심을 두었던 선배와의 핑크빛 만남도 물거품으로 변해 버렸네요...
그리고 그 소문을 수습하느라 한 동안 애를 먹었구요...
그나저나... 지금 생각해보니.. 할아버지께 죄송한 마음이 드네요...
혹시 방송을 들을까요? 듣지 못하시더라구요.. 전하고 싶어요..
“ 할아버지.. 그 땐 정말 죄송했습니다. 제가 철이 없어 한 실수!!! 이해해주세요~
 
 
 
사연주신 정유리 씨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