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1일 방송분

" 아빠도, 친구 아빠처럼 엄마한테 상냥하게 대하면 안되요? 친구들이 흉볼까봐 창피해요..."
이제 막 중학교에 입학한 딸의 말을 듣고 생각해 보니,
아내에게 예의를 갖추지 않은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고 살고 있네요...
“어이~~ 물 좀 가져와! 양말 어딨어! 반찬이 이게 뭐냐!
하여튼 굼벵이가 따로 없다니까! 시키면 시키는 대로하지 말이 많아! ”
이 글을 쓰면서도 얼굴이 달아오릅니다..
돌아보니 아내에 다정하게 이야기 한 적이 별로 없는거 같네요.
물론 아내일을 챙겨준 적은 더더욱 없구요...
7년의 연애 끝에 집안의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한 우리는...
아내가 저보다 7살이나 어립니다.. 그래서 일까요? 전 뭐든 제 맘대로 해 왔습니다.
내가 위니까... 오빠니까... 하늘같은 남편이니까...
신세대 여성들이 들으면 기겁할 노릇이죠
하루는 아내가 불그레한 얼굴로 묻더라구요.. “ 오늘이 무슨 날이게~”
“ 뭐... 누구 생일이야? 뭔 날인데?” / “당신이랑 나랑 처음 키스한 날...”
“ 참~ 할 일 없다.. 그런 날이나 세고 있고, 애도 아니고 그런날을 뭐 하러 말해? ”
수줍게 고백한 아내의 입장은 생각하지도 않은 채... 입 밖으로 흘러 나온 말...
지금 생각해 보니... 얼마나 서운했을까요..
무뚝뚝하고 보수적인 가정에서 자라서인지 표현하는 게 서툴러
일언지하에... 윽박지르고... 주눅까지 들게했네요..
그러다 무심코 벽에 걸린 달력을 보았습니다.
하트로 예쁘게 체크돼 있는 날짜가 하나 있더군요. ' 무슨 날인가.. ' 하고 보니...
조그맣게‘세상에서 하나뿐인 사랑하는 인섭 씨 태어난 날...’ 이렇게 적혀 있더군요...
뒷장을 들쳐보니.. 결혼 기념일, 딸 소연이 생일, 시 아버지 생신, 시어머니생신...
온통 가족들의 기념일뿐이더라구요..
아내가 먼저 말을 꺼내기 전에 장미 한 송이라도 내밀었으면 얼마나 기뻤을까요?
아직도 소녀같은 아내에게 상처만 주고 고생만 시키는 것 같아 미안해지네요
이런 못난 제게 아직도 사랑한다고 속삭여 주는 아내에게
정말 하기 힘들고백 사랑한다고 전하고 싶습니다.
쑥스럽지만... 오늘 저녁...
부부의 날을 기념해 아내만을 위한 멋진 이벤트 하나 하려고 합니다...
“여보... 나쁜 남편... 용서해 줄거지...?
오늘 하루만큼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여자로 만들어 줄게... 사랑해...”
 
사연주신 박인섭 씨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