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30일 방송분

지난달 회사에서 전남 통영으로 워크샵을 갔는데...
어촌마을을 보니.. 갑자기 옛 군대시절 추억이 떠올라 이야기를 하려 합니다.
1998년... 지금으로부터 11년 전, 포항에 있는 해병대에 입대하게 됐죠..
훈련소를 마친 뒤, 자대 배치를 받고 1주일도 안 되 첫 훈련을 나가게 됐는데요..
몸도 힘들었지만 그보다 더 힘든 건 무거운 마음이었습니다.
부모님께 안부 전화 한 통 하지 못한 상황...
대부분 자대 배치 받으면 선임병들이 집에 전화를 걸게 해 주는데
훈련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관심이 없었던 건지... 시간을 주지 않더군요...
더군다나 부모님 몰래 해병대에 지원을 해 눈물까지 흘리시며 반대하시던 부모님이셨기에... 
안부전화 한 통이 정말 간절했죠...
그렇게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훈련을 위해 바닷가에 도착을 했습니다..
포항 구룡포 근처의 조그마한 어촌마을이었는데
식수가 없어 횟집주인에게 양해를 구하고 물을 받아다 저녁을 해서 먹었죠...
그렇게 해가 질 무렵 선임병이 내일 아침 밥 지을 물을 받아오라고 지시를 내리더군요...
터벅터벅 물을 받아 돌아오는데,  갑자기 머릿속에 스치는 무언가가 있었죠!
그건 바로 전화...!  전 생각할 겨를도 없이 눈 앞에 보이는 횟집 안으로 들어갔죠...
군복은 훈련으로 더러웠고, 제대로 씻지도 못해 몰골은 말이 아니었지만
당황해하는 아주머니께 사정을 말하자.. 당신의 아들도 곧 입대를 앞두고 있다며
흔쾌히 허락해 주시더라구요. 그렇게 저는 짧게나마 부모님께 잘 있다는 전화를 할 수 있었네요.
그리고 돌아오는 길은 가슴이 뻥 뚫린 것처럼 시원했고,
1년 뒤 다시 이곳으로 훈련을 나오면 횟집 아주머니를 꼭 찾아뵙겠노라고 다짐했죠...
그렇게 시간은 흘러 저는 상병고참이 되었고, 훈련을 위해 다시 그 어촌마을을 찾았습니다.
해가 저물자 저는 미리 준비해간 깨끗한 군복으로 갈아입고 후임병에게
건빵과 전투식량을 챙겨 따라오라고 지시한 뒤, 눈을 피해 숲을 헤치며 한참을 가는데,
후임병... 저에게 나즈막한 목소리도 묻더군요...“ 어디가십니까? ”
사연을 모르는 후임은  건빵과, 전투식량을 챙겨 탈영이라도 하는 줄 알았나 봅니다.
횟집에 도착하니 퍼머머리를 하신 아주머니가 눈을 동그랗게 하시고는 쳐다보시길래
저는 " 혹시, 1년 전에..." 하며 말을 꺼냈죠...
말이 끝나기도 전에 아주머니는 ‘ 전화! ’ 하시며 맨발로 뛰어 나오시더라구요...
그렇게 다시 뵙게 된 아주머니께 안부를 물으며 군복무 중인 아들 생각 나실 때마다 드시라며
싸 온 건빵과 전투식량을 전했죠..
그리고 제대하면 꼭 다시 한 번 찾아뵙겠다고 약속하고 나왔는데,,,
11년이 지난 지금까지 못 가봤네요...
“ 아주머니 잘 계시죠?? 그 때 너무 감사했습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꼭 찾아 뵐께요...”

 
장동진씨 사연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