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호가 학교에 아직 안 왔는데요...? 어디 아픈가요...?”
아이를 학교에 보내고 한 시간 정도 지났을까요...
수화기 너머로 전해진 아이 담임 선생님의 걱정 가득한 목소리가 가슴을 철렁 내려앉게 했죠...
사고를 당한 건 아닐까... 요즘 어린이 유괴도 많던데... 납치라도 된 건 아닐까...
머릿속은 온갖 나쁜 생각으로 가득 찼죠...
선생님께서도 아이들과 함께 학교주변을 찾아본다고 하시더군요...
서울에서 이사 온지 얼마않되 전주 지리도 잘 알지 못하는 아이였기에 더 초조해 졌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 지 몰라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데,
다행히 잠시 후 아이가 막 학교에 도착했다는 전화가 다시 걸려왔죠..
송천초 5학년인 아들 진호...
걸어서 등하교를 하거나 제가 차로 데려다 주고 데려오고 했기에...
버스로 학교 가는 법을 잘 몰랐거든요.. 하지만 이제 고학년이기도 하고 해서
앞으로는 버스를 타고 다니게 하려고 했던 게.. 이런 일을 낳고 말았네요..
버스 번호 161번은 맞게 탔지만 반대방향으로 탄 진호...
농수산물 가는 방향이 아닌,, 서신동 방향을 탔고 잘못 탄 것도 모른 채 한참을 달렸답니다...
그렇게 얼마나 갔을까... 창 밖으로 보이는 처음 보는 풍경에 당황해 안절부절 못하자
버스 기사님이 왜 내리지 않냐고 물으셨대요. 아이는 송천 삼거리에 가야한다고 했고,
기사님은 송천 삼거리에 가려면 한 바퀴 더 돌아야 한다며...
아이 손에 4천원을 쥐어주시며, 여기서 내려 택시 타고 가라고 하셨다네요.
당황한 아이는 얼떨결에 인사를 하고 버스에서 내려 이번에는 택시를 탔죠...
택시 기사님께 목적지를 말하고 한참을 달렸는데, 요금이 어느덧 5천원을 넘긴 거죠.
아이가 놀라 그 간의 사정얘기를 하자 이번에는 택시기사분이 미터기를 끄시고는
학교 정문 앞에 내려 줬다고 하네요. 세상에 이렇게 감사한 일이 또 있을까요!
마침 아이를 찾아 헤매던 담임선생님과 반 아이들이 택시에서 내리는 진호를 발견한거구요,
진호는 그 날 저녁, 밥을 먹으면서 입에 침이 마르도록 정말 고마우신 분들이라며...
오히려 버스를 잘못 타 좋은 분들 만나게 됐다며 좋아하더군요...
‘ 천사’를 하루에 두 분이나 만난 진호...
정말 복 많이 받은 아이죠?
앞으로 살아가면서 네가 받은 그 이상으로 누군가를 도와줘야 한다고 당부했죠...
아이에게 세상을 아름다운거라는 걸 알려주고, 또 잊지 못할 좋은 추억 만들어준
그 분들이 방송을 듣고 계시다면 다시 한 번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네요...
사연주신 최현주씨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