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3일 방송분

“어이, 김가이버... 김가이버 씨!! 이것 좀 보내줘봐...”
전 회사에서 ‘김가이버’로 통한답니다... 무슨 말이냐구요?
얼마 전 익산의 작은 회사에 첫 출근을 했는데요... 한 일주일 지났을까요...?
경리직원이 잠시 심부름을 간 사이... 부장님이 저를 급하게 찾더군요...
허겁지겁 가보니... 제 손에 쥐어 주신 것은 서류 뭉치...
팩스 번호를 하나 알려 주시더니 지금 바로 보내달라는 겁니다..
그리곤 덧붙이신 한 마디... “팩스 보낼 줄 알지...?”
솔직히 한 번도 팩스를 보내본 적이 없었지만, 당연하다는 듯이 안다고 대답해 버렸죠...
그리곤 당당하게 팩스기기 앞으로 갔지요...
팩스기기 앞에서 서성이길 5분... 다들 외근을 나간 상태라 사무실엔 아무도 없어
주변에 도움을 요청할 상황은 아니었죠...
부장님께 눈빛으로 간절히 “헬프 미!”를 외쳐댔지만, 저에게 눈길 한 번 안주시더라구요...
' 에라.. 모르겠다. 프린터기처럼 간단하겠지...' 하며 우선 종이를 넣고
번호를 누르고 시작 버튼을 눌렀습니다.
종이가 물려 들어가고... 저는 속으로 성공이구나!! 생각했죠...
그런데 이 종이가 다시 밑으로 나오는 겁니다... 속으로 철렁했죠...
'뭐가 잘못된 건가' 하구요. 다시 시도했지만, 역시나 종이는 다시 밑으로 나오더군요...
그렇게 한 10번을 반복했을까요? 계속 안되자 전 사무실 창고에서
드라이버를 찾아 잘 알지도 못하는 팩스기기를 분리하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잘못해서 고장났으니 다른 분들이 보기 전에 감쪽같이 고쳐놔야 한다는 생각이었죠..
그렇게 한 30분이 흘렀을까요...?
부장님이 서류 다 보냈냐고 물어보시더군요... 전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 네... 저... 그... 그게 말이죠...” 그제서야 뭔가 잘못된 것을 눈치 채셨는지...
팩스기기 앞으로 오십니다... 팩스는 이미 엉망진창이 된 상태...
“김현우 씨?! 팩스가 왜 이래...?” 전 아무 잘못 없다는 눈빛으로 팩스가
고장났길래 고치려 했다고 자초지종을 설명드렸죠...
그랬더니 갑자기... 회사가 떠내려갈 정도로 웃으십니다...
“이 팩스 엄청 비싼건데... 들어오자마자 월급에서 차감되겠네...?”
아~~~ 눈물이 나올 뻔했습니다... 다행히 농담이셨지만...
부장님과 함께 팩스 보내는 법에 대해 교육을 받으며...어찌나 창피하던지...
차라리 모른다고 할 것을... 그래도 신입사원이니... 예쁘게 봐주세요, 부장님!
그리고 오늘 저녁... 회식 한 번 쏴주시죠!
 
사연주신 김현우씨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