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집안의 큰 며느리로 들어온 지 어느덧 10여 년이 흘렀네요..
3년 동안은 부모님과 함께 살다 남편이 전주로 발령이 나 고창에서 전주로 이사했죠.
하지만 편찮으신 아버님과 병간호를 하는 어머님이 늘 마음에 걸리네요..
잔병치레가 많으셨던 아버님...
제가 결혼한 지 4년 만에 간암 판정을 받으셨습니다.
물론 가장 힘든 건 아버님이셨겠지만... 그 옆에서 묵묵히 아버님을 돌보신 어머님...
병원에서 살다시피 하면서도 힘든 내색 한번 안 하시는 모습이 정말 가여워 보일 정도였죠...
서울과 고창, 전주를 오가며 아버님의 완치를 위해 애쓰셨던 정성에 하늘도 감동한 걸까요?
다행히 간암은 차도가 보였고, 현재는 완치되셔서 한시름 놨는데...
이게 무슨 운명의 장난입니까... 전기누전으로 어머님 댁에 불이 난 것입니다...
얼마 안 되는 시골 살림살의 반이 불타 못쓰게 됐고
그와 함께 어머니의 마음도 잿더미가 되어 버렸죠...
어머니는 말 그대로 망연자실한 상태...
다행히 그걸 지켜본 지인들이 살림살이들을 하나 둘씩 도와주셨고...
고마운 손길 덕에 그 날의 아픔은 씻겨지는 듯 했습니다...
그런데 ... 세상은 저희 편이 아닌가 봅니다...
간암이 완치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버님이 치매에 걸리신 겁니다...
혼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어린아이가 되어 버린 아버님 때문에
어머님은 18년 간 운영하시던 식당을 눈물로 접어야 했습니다...
결혼하고 지금껏 늦게까지 일을 하시며
편찮으신 아버님을 대신해 6남매를 키우시느라 고생하신 어머님께
정말 하늘도 무심하시지... 이게 무슨 날벼락이란 말입니까...
이렇게 늘 아버님의 손과 발이 되어 주시는 어머님의 예순여덟번 째 생신이
지난 주 토요일이었어요... 온 가족이 모여 파티를 해 드리고 싶었지만...
편찮으신 아버님도 있고, 멀리 사는 남매들 번거롭다고 한사코 집에 오는 걸 말리시더군요...
결국 저희 가족들만 찾아뵙고,, 조촐하게 보냈답니다.
매일 화내고 짜증만 내는 아버님께 화 한 번 내지 않으시고,
묵묵히 다 받아주시는 어머님... 그러다 홧병이라도 날까 걱정이네요...
어머님... 다시한번 생신 축하드리고.. 오래오래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사랑해요~
사연주신 변진아씨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