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5일 방송분

“ 언니 머리 좀 해줘봐...”,“ 딸... 이제 아빠 머리는 딸이 해 주는 거야?”
제 동생이 미용을 공부하면서 가족들은 벌써 미용사라도 된 듯... 기대가 큽니다.
동생은 여고 때부터 미용에 관심이 있어 뷰티 아카데미를 마친 후
메이크업, 헤어, 발 마사지까지.. 벌써 자격증도 세 개나 됩니다..
지금은 대학 공부를 하면서 피부관리 자격증을 위해 노력중입니다.
그렇다 보니 동생 방에 들어가면 책상 위에서부터
서랍장, 침대 위, 옷장 할 거 없이 각종 미용용품들이 즐비합니다...
그런데 그것들이 결국 말썽을 일으켰죠..
하루는 친구들과 늦게까지 놀다가 집에 새벽에서야 들어가게 됐습니다.
뒷굼치를 들고, 소리를 내지 않으려 조심조심 방에 들어가려는데 배에서 신호가 오는 겁니다.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죠... 급한 마음에 화장실로 향했고,
문을 열고, 불을 켤 시간도 없이 들어가 변기에 앉았죠...
얼마의 시간이 지나고,,, 한결 속이 편해져 주위를 둘러보는 순간...“ 아~악!!!!!!! ”
정말 심장이 멎는 줄 알았습니다.. 
세면대에 치렁치렁 늘어져 있는 것은 까만 긴 생머리.. 그리고 욕조 위에는 마네킹 두상..
상상이 되시죠? 그 어두운 화장실의 모습...
동생이 다음날 머리실습을 위해 가발을 감겨 놓은 것이었습니다..
제 비명소리에, 부모님과 동생은 헐레벌떡 뛰쳐나오고...
그 덕에 한 시간 동안 엄마의 잔소리를 들어야 했죠. 동생은 옆에서 재밌다고 깔깔대며 난립니다.
그리고.. 며칠 전에는 동생이 머리실습을 좀 하고 싶다고 제 머리를 빌려 달라더군요.
마침 미용실 갈 때도 됐고 해서 기꺼이... 또 공짜에 혹! 해  허락을 했죠.
‘  설마 망치겠어...?’ 이런 생각을 하며 손거울을 들고 의자에 앉았고,
사각 사각... 경쾌한 가위질 소리가 한 참을 들리더니 “다 됐다...”
 동생의 뿌듯한 한 마디에 저도 거울을 들어 제 모습을 살폈죠...
“ 아~악!!!!!!!!!!!” 화장실 사건에 이어 또 한번 비명이 집안 곳곳을 잠재웠습니다...
이마의 반이 보이는 뱅 스타일... 그 아름답던 긴 생머리는 온데간데 사라지고...
싹둑 잘린 머리카락만이 바닥에서 슬픈 눈으로 저를 바라보고 있더군요.
“ 야!!! 너 이게 뭐야!!!” “ 뭐 예쁘기만 하구만...
   앞머리는 어려 보이고, 뒷머리는 깔끔해 보이고... 요즘 유행하는 스타일이야. ”
이미 잘라 버린 머리.. 붙일 수도 없고, 지금 앞머리가 자라길 기다리며
모자를 쓰고 회사에 다닙니다. 그리고 모자를 벗을 땐 해어밴드로 올빽을...
도저히 벗고 다닐 용기가 안 나더군요... 뒷머리는 동생에게 퍼머를 해달라고 했죠...
다행히 컬이 잘 나왔네요... 제 머리를 보며 뿌듯한 얼굴로 꿈을 키우는 동생
훌륭한 헤어디자이너가 될 수 있겠죠?  
 
 
사연주신 박정아씨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