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0일 방송분

번갯불에 콩 볶아 먹는다...’는 속담 있죠? 이건 저희 부부를 두고 하는 말인 거 같아요...
벌써 15년 전 일이네요... 저희 친정 아빠께선 간경화를  10년째 앓고 계셨죠...
항상 입에 달고 사시는 말씀이
“우리 큰 딸 결혼식에 손잡고 들어간 다음 눈을 감아야 되는데...”였습니다...
그러나 저는 결혼할 상대는 커녕 애인도 없는 상태...
23살의 어린 나이였지만,  아빠를 볼 때마다 왠지 모를 죄책감이 들었습니다...
게다가 마지막 소원이라고 생각하니 더 가슴이 아팠죠...
전 아빠의 소원을 들어드려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지금 생각해 보면 믿을 수도, 행동에 옮길 수도 없는 일들일 거예요...
어릴 적.. 같은 동네에 살았던 아빠 친구분의 아들과 혼사가 오가기 시작했습니다...
저와 5살 차이나 나는 오빠였죠... 당시 오빠의 집은 군산이었고 직장은 서울..
반면 저는 전남 장흥이 집이었고 직장은 광주였죠. 말 그대로 자주 볼 수 없는 장거리...
하지만 명절... 친척들이 모인 자리에서 오갔던 혼사는 일사천리로 진행됐죠..
제가 제 남편을 본 건 결혼 전 딱 4번... 양가 부모님들과 상견례 할 때 1번,
폐물 할 때 1번, 서울에 있는  오빠들에게 인사갈 때 1번,
그리고 결혼식 전날 본 게 다였습니다...
그 다음이 결혼식장이었죠...
턱시도를 입은 남자들이 많아서 솔직히 제 남편 될 사람이 누군지 헷갈리더라구요..
네 번밖에 보지 않았으니... 오죽 하겠습니까...?
당시 남편역시 효자여서 부모님 말씀을 거역할 수도 없었거니와
형이 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을 해서
자신만큼은 부모님의 뜻을 거스르지 않겠다고 다짐을 했다나... 뭐래나...
그렇게 아빠의 소원대로 손을 잡고 식장에 입장했습니다...
그냥 멍해 있는 채로 진행된 결혼식...
빼빼 마른 몸으로 감격의 눈물을 흘리시는 아빠가 왜 그리 작아 보이던지...
지금도 눈에 선하네요...  제 결혼식을 보고 뛸 듯이 기뻐하시던 아빠는
아기를 가졌다는 소식까지 들으시고 하늘나라로 가셨습니다...
물론 결혼 후 .. 후회도 들어 울기도 많이 울었네요...
지금 생각하면 정말..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 싶지만.
아빠의 소원을 들어드려야겠다는 한 가지 생각밖에 못했죠..
하지만 15년이 지난 지금은 누구보다 행복하답니다..
남편에게 사연을 모닝쇼에 보냈다고 하니...
창피하다고... 서로 사랑해서 결혼했다고 말하라네요...
저희처럼 급!!! 결혼식 올리신 분이 또 계실까요? 궁금하네요...
 
 
이정숙씨 사연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