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이른 시간에 퇴근을 하게 됐습니다...
그 날 따라 집에 들어가기가 싫더군요... 그래서 이리 저리 머리를 굴렸죠...
' 친구 녀석 불러서 술이나 한 잔 할까 ?
' 모처럼 일찍 집에 들어가 사랑받는 남편이 되어볼까? '
이런저런 궁리를 하다가 요즘 저를 설레게 하는 한 여인에게 가기로 결정했죠...
아내보다도 더 사랑하는 여인... 생각만 해도 웃음이 절로 나오는....
저는 한 건물 앞을 서성이며... 그 여인의 일과가 끝나기를 기다렸습니다.
그렇게 30여 분이 지났을까...? 뒤에서 반가운 목소리가 들렸죠..
“ 어? 아빠~” 학원 친구들과 재잘거리며 내려오던 딸이 와락 제 품에 안깁니다...
“ 아빠 웬일이세요? 오늘은 일찍 끝나셨어요? 아빠가 기다리니까 기분 짱이에요”
종달새처럼 재잘재잘거리는 초등학교 5학년 딸.. 어찌나 예쁘던지...
모처럼... 딸과 팔짱을 끼고 걸으니.. 훌쩍 커버린 키..
벌써 숙녀가 된 듯한 느낌이었죠...
모처럼 부녀간의 데이트는 딸 아이의 하루 일과로 가득 메워졌습니다..
학교에서 있었던 일... 방과 후 친구들과 운동장에서 있었던 일...
학원에서 있었던 일... 등... 작은 입이 쉴 새 없이 움직였죠...
그러던 중 무언가를 가리키며 말하더라구요..
“ 아빠. 저 인형 하나만 사주시면 안돼요?” 길거리에서 팔고 있는 몸집만한 인형이었죠..
전 잠시 생각을 하다가 말했죠..
“ 안돼... 엄마가 알아봐라.... 혼난다... 집에 인형도 많잖아...”
필요없는 물건은 좀처럼 사지 않고, 절약정신이 투철한 아내에게 인형은
정말 하루종일 잔소리를 들어도 모자랄 소재 거리일테니까요..
하지만,, 애교를 부리는 딸.. “ 아빠, 제발요... 이거 정말정말 갖고 싶었다구요. 네? 아빠~”
딸을 키우고 있는 아빠들은 제 마음을 이해하실 겁니다...
결코 뿌리칠 수 없는 이 달콤한 유혹...
비록 잠시 후 아내의 잔소리가 천둥처럼 저를 내리친다 해도
이 순간 귀여운 악마에게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요...
결국 얼마남지 않은 용돈을 털어 인형을 사줬습니다...
인형을 보자.. 역시... 아내의 잔소리는 시작됐고, 저희는 서로를 보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죠..
아내여! 당신이 딸 키우는 아빠만이 느끼는 이 간지러운 행복을 알기나 합니까?
사연주신 명준석씨..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