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3일 방송분

" 어? 지금 나가.. 조금만 기다려..."  전화기 뒤로는 딸그락, 딸그락 소리가 들립니다.
무슨 소리냐구요? 바로 블록을 맞추는 소리..
그 때문에 약속 시간 늦는 것은 기본이고,
생일은 물론 기념일 선물마저도 블록만을 해 줘야 하는 남자친구...
그야말로‘블럭광’입니다.. 나이 서른 다섯에 블럭이라니.. 그림이 그려지세요?
만난 지... 1년쯤 지났을까요? 집으로 초대를 하더라구요.
그런데 전 그제서야 알았습니다.. 남자친구의 취미가 블록 모으기라는 것을 ..
집안 곳곳에 널려있는 블럭 조각들, 그리고 완성품들...
매일 먼지라도 쌓일까 애지중지 닦기까지 하더군요...
본인은 귀찮아서 하루 씻지 않더라도 블록을 반짝반짝하게 닦는 일은 게을리 하지 않을 정도죠...
남자친구 부모님도 두 손 두 발 다 드셨다더라구요...
그러던 어느 날.. 마트에서 쇼핑을 하는데, 남자친구의 시선을 사로잡는 곳이 있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블록을 전문으로 하는 교실이더군요...
작은 꼬마들이 앉아 열심히 블록을 조립하고 있었죠...
그 옆으로 다양한 종류의 블록이 진열돼 있는 것을 보고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들어가더니 하는 말..“ 이거 판매하는 건가요?”
당황한 선생님은 아이들이 조립하며 갖고 노는 거라고 열심히 설명을 하셨고...
남자친구는 자기도 여기서 조립하고 싶다고... 눈을 반짝였습니다...
방금 전까지 저와 쇼핑을 하고 있었단 사실은 까맣게 잊고 있는 듯 했죠...
선생님은 말했죠.. “ 저... 죄송한데 여기는 16살까지 밖에 이용이 안됩니다...”
그러자 남자친구 밝게 웃으며 “ 구석에서 조용히 할게요...”
선생님의 얼굴을 보니... 애써 웃음을 참든 듯 했죠...
어찌나 창피하던지... 얼른 손을 이끌고 나와 버렸습니다...
어린 아이처럼 블록 선물을 제일 좋아하는 남자친구...
마트에 가면 항상 블록 코너에 들러 신제품이 없나 확인하고,
그것도 모자라 매일같이 인터넷 쇼핑몰을 뒤지고 다닙니다.
다음달.. 결혼을 앞두고 있거든요.. 집 장만 ... 살림살이 장만을 해야 하는데,,
블록 방을 만들고 싶다면서.. 제게 블록 장식장을 제작하자며 들떠 있습니다..
방이 수십 개가 있는 것도 아니고,
나중에 우리 아이들의 방은 만들어 줄 수 나 있을지...  걱정이네요..

 
사연주신 최수경씨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