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리 치워... 저리가..."
피의 피 자만 보면.. 자연스레 남편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말입니다...
TV를 보다가도 수술장면이나 피가 나오는 장면만 나오면
온갖 인상을 다 찡그리며 채널을 돌려버리죠...
그러면서 요즘은 다치거나 수술하는 장면들이 너무 리얼하다고 투덜댑니다...
얼마 전 친정 아버지께서 기관지 혈관이 파열돼 큰 수술을 받았을 적에도
수술봉합 부분을 쳐다보지 못하더라구요... 좀 서운했죠...
상처 부위를 보며 좀 어떠시냐... 라고 했으면 했는데,,,
심지어는 간호사가 소독이라도 하러 들어오면 바로 자리를 피해 버리더군요...
하루는... 일을 하고 있는데 아이들이 다니는 피아노 학원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초등학교 4학년 아들 녀석이 장난친다고 뛰어오는 동생인 딸을 밀어
계단에서 넘어져 이가 부러졌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
부랴부랴 남편한테도 연락을 하고 병원으로 향했죠...
병원에 도착하니 남편이 먼저 와 있더군요...
그런데 아이들과 함께 있지 않고 혼자서 밖에 나와 커피를 마시고 있는 겁니다...
' 아... 벌써 치료 들어갔구나...' 생각했죠... 그러고 들어갔는데...
딸은 아직 치료도 들어가지 못하고 학원 선생님과 대기실에 있더군요...
입술은 다 찢어지고... 앞니는 세 개가 부러진 채 말이에요...
남의 일 보듯이 한가롭게 커피를 마시고 있는 남편에게 소리를 냅다 질렀죠...
그랬더니 남편 하는 말... 속이 울렁거려 커피로 달래고 있었다는 겁니다..
정말 기가 막히다 못해 묻혀 버리는 듯한 기분이었습니다...
놀라 울고 있는 아이를 아빠가 돼서 안아주고 달래주지는 못할 망정...
어떻게 그럴 수가 있나요...? 아무리 이해하려 해도 화만 나더군요...
그렇게 응급치료를 마치고 앞으로 치료과정에 대해 의사 선생님과 얘기를 나누고 있는데
또 남편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겁니다...
그래서 로비에 나갔더니... 세상에 ... 이번엔 컴퓨터 앞에 앉아 있더라구요..
화가 치솟아 하늘까지 노래지더군요.
남편을 다그치자, 무서워서 딸을 볼 수가 없다고 하네요...
아~~ 어떻게 남 일도 아니고 자식 일을 그렇게 나 몰라라 할 수 있는 겁니까?
정말 딸을 그렇게 만든 아들보다 남편이 더 미웠습니다...
이 글을 쓰면서도 화가 나네요... 여러분... 제 남편 좀 혼내주세요...
뭐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된 행동 맞죠?
이기숙씨 사연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