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 비누와 마음

몇 일 전,
 
 
아이들을 정신없이 챙겨 보내고
 
허물처럼 여기저기 벗어놓은 옷을 정리하며
 
큰아이의 교복을 손에 들고 베란다로 나갔었습니다
 
책상위에서 하루종일 책과 노트와 연필을 쥐고
 
씨름을 했을 팔...손목 ..
 
그 때묻은  블라우스의  소맷부리를 보니 힘든 아이의 일상이 눈에 보이는듯
 
마음이 아파 왔습니다 ..
 
손으로 박박 문질러 때묻은 소맷부리를 문질렀습니다
 
마치 그 때묻은 자욱이 지워지면 내 아이의 머릿속에서
 
지나간 힘듬도 지워지는 듯 .. 그렇게 조각난 작은 비누로
 
아이의 옷을 빨았지요 .
 
그러다 아차!!세탁비누를 사오지 않은것을 느꼈습니다
 
속으로 걸레도 빨아야 하고 양말도 빨아야 하는데 모자라겠다 ..하며 그 조각난 비누를
 
빨래판에 꾹꾹 눌러 박았습니다
 
행여 한 조각이라도 물에 쓸려 떨어져 나갈까봐 눈으로 단속을 하면서 말이지요 ..
 
아이의 블라우스를 빨고 양말 서너 켤레를 빨고 걸레를 두어번 문지를때까지
 
그 조각난 비누는 점점 작아져 빨래판 홈에 꼭 끼여 있었지요
 
문득 느껴지는 마음이 있었습니다
 
평소 내가 무엇이든 너무 많은 양을 써온건 아닌가 했습니다
 
처음 아이의 옷을 들고 나왔을땐 겨우 아이의 옷만 빨수 있을꺼 같다는 비누의 양이었는데
 
어느새 양말 서너켤레에 걸레 두어장까지 평소보다 더 깨끗하게 씻어진걸 보니
 
삶의 온기는 양보다 질이라는걸 느꼈답니다
 
평소 아이들에게 사랑이라는 미명아래 너무 많은 잔소리를 한건 아닌지
 
관심이라는 단어로 너무 지나친 간섭을 한건 아닌지
 
넘치듯 쓰고도 이건 당연한거야 하고 살림을 해온건 아닌지 ..
 
아이의 블라우스 한 장과 작은 조각 비누 하나로 난 참 많은 생각을 한 ..
 
몇 일 전  아침이었습니다
 
진작에 작은 행복으로 많은 감사를 느끼는 .. 제가 되었더라면
 
이렇게 아픈 환자는 되어 있지 않았을텐데 ... 하는
 
그런 마음도 들었습니다 ..
 
행복하소서 .,,,
 
 
박숙미/010/5017/7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