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 어디서 오신 누구신지...."
얼마 전... 출근을 하며 휴대폰을 보니 전날 충전을 깜빡해 꺼져 있었습니다..
투덜대며 켜는 순간 딩동! 하며 문자메시지가 왔는데,
친구 아버지의 부고 소식이었죠.
출근 시간이 빠듯해 다시 집에 들어갈 시간도 없었고...
집까지 다녀오려면 너무 늦을 것 같아 준비되지 않은 옷차림이지만,
퇴근 후... 그냥... 장례식장을 찾았습니다..
장례식장에 도착했는데, 호수도 많고,,, 사람들도 많아 정신이 없더라구요..
그래서 먼저 도착했다는 후배에게 전화를 했습니다...302호라고 하더군요...
계단을 올라 302호 라는 숫자만 보고 무작정 들어갔죠...
긴 부츠를 힘겹게 벗고 들어간 뒤... 친구가 보이지 않았지만,...
먼저 향을 피우고 절을 2번하고 일어났는데,, 그제서야 보이는 영정사진!!
전 할 말을 잃고 말았습니다... 친구 아버지가 아닌겁니다..
오래 뵙질 못해서 잊은 걸까요? 하지만 아무리 보아도 낯선 얼굴이었죠..
도대체 누구에게 절을 올린 걸까요...?
그래서 주위를 살폈는데,,, 친구도... 친구 언니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아차! 싶어.. 상주와 인사도 하지 않고 부랴부랴 나와 신발을 신으려는데,,
상주께서 부르시는 겁니다." 저기.. 누구신지... 말씀은 해 주시고 가셔야... "
전 순간 빨개진 얼굴로 애써 태연한 척 말했습니다..
" 지금 친구들이 온다고 해서요.. 오면 같이 다시 올께요..."
정말 말도 안 되는 소리였지만,, 핑계거리가 떠오르질 않았습니다..
그러자 상주는 .. 혹시... 제수씨 친구분이신가봐요..." 하시는 겁니다.
전 그렇다고 고개를 끄덕이며 부랴부랴 그 곳을 빠져나왔죠..
저 멀리 다른 호수 앞에서 기다리는 후배!!
대체 어디갔다 이제 왔나며...묻길래.. 전 아무말도 하지 못하고
얼른 친구 아버님이 계신 곳으로 갔죠... 알고보니 305호를 .. 302호로 잘못들은 겁니다.
305호 앞에 떡하니 써 있는 친구 아버지 성함을 보니... 어찌나 죄송스럽던지...
그제서야 친구와 인사를 하고, 친구아버지께 절을 올렸습니다...
정말 십 년 감수한 거 같아요...
제가 절을 올린 그 낯선 분도... 친구 아버지도 좋은 곳으로 가셨겠죠?
사연주신 유인영씨..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