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3일 방송분

" 이게 음식이야? 왜 이렇게 짜...!”오늘도 남편은 밥상 앞에서 투덜댑니다...
아무리 베테랑 주부라도 실수는 있기 마련이잖아요...
남편은 매일 반찬 투정에 '간이 안 맞네...' '이건 또 이렇네...' 잔소리를 합니다.
그럴때면.. 저의 구세주인 시아버님!! 밥을 태워도 국을 짜게 해도 다 맛있다고 하십니다...
남편이 음식이 어쩌구... 저쩌구... 하면 바로 나무라시죠...
“ 여자들 손을 거쳐 나오는 음식은 다 맛있는 겨~ 날 것도 먹는디 뭔 말이여!”
시아버님의 한 마디... 감동 백 배입니다...
결혼 전... 상견례를 하던 날 이야깁니다...
천정아버지는 시골에 사시는 분이라 매일 밥상에 올라오는 국과 찌개 밖에 모르십니다..
또, 그런 밥상이어야...  식사를 제대로 하셨다 생각하는 분이시구요..
그런데 시아버님이 초대한 상견례 자리 음식들이 맛이 있으셨나 봅니다...
그도 그럴것이 유명한 한정식집이었죠..
산해진미 음식들을 드시면서 어쩔 줄 몰라 하시는데,,, 순간 얼굴이 빨개지더라구요...
'평소 이런 데 자주 모시고 다닐걸...' 하는 후회도 들구요...
행여.. 시댁식구들이... ' 이런 거 한 번 못드셔봤나...' 흉을 보실까... 걱정이 됐죠..
그러던 순간... 친정아버지께서 음식들을 손으로 막 집어드시기 시작했습니다.
정말 얼굴에서 불이 나는 것처럼 달아오르고 식은땀까지 흘렀습니다...
그런데 그 때.. 시아버님께서.. 젓가락을 내려놓으시고는
친정아버지처럼 생선 살을 손으로 발라드시고 튀김도 집어 드시는 겁니다..
그리고는 태연하게 “참 맛이 괜찮지요?”라고 하셨죠... 이에 질세라 양가 어머니들까지....
그렇게 젓가락은 제 구실을 잃어버린 채 가지런히 놓여 있고
어르신들 네 분은 그렇게 손으로 음식을 드셨답니다.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돌발상황 발생! 친정아버지는 종업원을 부르시더니...
“이봐요, 여그 말이여~ 이 생선 대가리 쪼까 싸주쇼 잉~ 우리 사돈 양반
  갖고 가시도록 말이여...” 하시는 겁니다...
맙소사! 정말 저는 믿지도 않는 하느님을 찾고 말았습니다...
싸달라고 하시는 생선은 가시와 머리만 남은 앙상한 모습을 하고 있었는데,
저는 참을 수 없어 어떻게 이걸 싸가냐고... 투덜댔죠...
그러자 시아버님...“ 아닙니다... 그럼요... 어두일미지요~
전 진작부터 싸갈려고 했습니다. 어서 싸 주세요~" 그리고는 정말 싸 들고 가셨답니다...
그 날 이후.. 저는 이런 멋진 시아버지의 행복한 며느리가 되었습니다...
시아버님... 언제나 존경하고 감사합니다...
 
 
사연주신 최성희 씨 사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