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9일 방송분


전 비오는 날 버스만 타면 웃음이 나옵니다...
가끔 실없이 혼자 웃고 있어서 사람들에게 이상한 취급을 받기도 하죠...
근데 저절로 웃음이 나오는 건 어쩔 수가 없더라고요... 어떤 사연이 있냐고요...
지금으로부터 5년 전.. 대학 때문에 전주로 오기 전 인천에 살 때의 일입니다...
고 3시절 0교시 수업 때문에 7시 반까지 등교할 때였죠...
매일 아침 5시에 일어나 아침밥 먹고 학교 갈 준비를 하는데요. 
학교가 집에서 한 시간 남짓 되는 거리에 있었기 때문에 부지런히 움직여야 했죠...
그렇게 새벽같이 학교를 가고 야간 자율학습까지 마치면 11시가 넘어서야 집에 들어옵니다...
그리곤 녹초가 되어 버리죠...
그 날도 야자를 무사히 마치고 친한 친구와 함께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에 올랐습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죠... 버스에 올라 주위를 둘러보니...
뒷자리에 두 자리가 있더군요... 친구와 저는 잽싸게 날았고 자리에 앉아 열심히 수다를 떨었죠.
그리고 시간이 흐른 후... 저보다 먼저 내릴 친구가 달리는 버스에서 일어나 짐을 챙기더라구요.
그런데,,,, 버스가 막 내리막길에 들어서는 순간!!
중심을 잃은 친구가 기사님이 있는 곳까지 쭉 미끄러지더군요...
빗물 가득한 버스바닥이 문제였죠...
한 순간에 일어난 일이라 어찌 할 바를 모르고 멍하니 앞으로 굴러간 친구를 바라봤습니다...
친구도 얼이 빠진 표정으로 저를 바라보더군요...
주변의 따가운 시선... 흔들리는 어깨들... 자리는 꽉~ 차 있고 몇 사람만 서 있는 그 광경...
상상되실 겁니다... 그런데 설상가상이라고 자리에서 일어나 돌아오는 친구..
또 한번 발을 헛디딘 겁니다...  어김없이 또 미끄러져 내려가는 친구... 정말 참혹하더군요...
차마... 눈 뜨고는 볼 수 없을 정도였어요... 그래도 그렇게 밑으로만 향했음 다행입니다.
친구는 자신도 모르게 더 아래로 미끄러져 내려가면 안되겠다는 생각을 했나 봅니다... 미
끄러지다가 엉금엉금 기어 오는 게 아니겠습니까!
내리막길을 달리고 있는 버스와 굴러 내려가지 않으려
반대방향으로 바닥을 기는 친구의 모습...
이 글을 쓰면서도 웃느라 정신이 없네요...!
친구도 그제야 정신이 들었는지... 짐이고 뭐고 다음 정거장에서 열린 문을 통해
바로 내립니다... 결국 저도 주변시선을 견디지 못하고 다음 정거장에서 부랴부랴 내렸죠..
지금은 웃으면서 하는 얘기지만 당시에는 정말... 아찔했어요...
“친구야... 괜찮아... 그 때 너 아무도 못 봤어... 적어도 난 그렇게 믿는다...!”
 
사연주신 박지윤씨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