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6일 방송분

그저... 사진 찍는 게 좋아 업으로 삼은 지 20년 째...
예쁜 아내와 대학을 졸업하고 번듯한 직장을 얻은 아들까지...
남부러울 것이 없는 화목한 가정을 꾸리고 있죠...
사진관이 매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면 좋으련만
졸업식과 입학식 때 일이 많다 싶더니... 어느새 조용하네요..
얼마 전... 부안에 계신 장모님이 오셨더라구요..
어떻게 오셨냐 여쭈니 ... 익산까지 시외버스를 타고 오셨답니다...
“에이~ 사위한테 연락 하시지...”하며 의자에 앉혀드리고는 따뜻한 차를 내드렸죠...
혼자 계시니 적적해 딸을 보러 오신 거라 생각했습니다...
“ 나 사진 한 장 찍고 싶어서... 왔제...“ 하시며 뭔가를 주섬주섬 꺼내시더군요...
고이 접힌 한복이었습니다... “ 내 영정사진 한 장 찍어주구려...”
순간 전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 버렸죠...
영정사진이라... 쭈뼛쭈뼛 어찌할 바를 모르고 서 있는데,
마침 아내가 장모님을 보고 반가운 인사하며 들어오더라구요.
“엄마 왔어? 어쩐 일이야... 그 한복은 뭐고.... “ 아내도 눈치를 챘는지 말끝을 흐렸죠..
그런데, 장모님은 아무렇지 않게 사진기 앞에 앉으시는 겁니다..
다른 사람들의 영정 사진은 많이 찍어봤지만 장모님의 영정 사진을 찍어드리려니
씁쓸하고 착잡하고... 뭔가 알 수 없는 감정들이 울컥 치솟았습니다...
아내는 그런 장모님을 보고 눈물을 글썽이며 밖으로 나가더라구요..
조금이라도 건강할 때 찍어둬야 한다며 고름을 고쳐 매는 장모님의 손등주름이
그 날 따라 유난히 깊어 보였습니다...
얼마전... 돌아가신 친구 분 장례식을 다녀온 후
당신도 차차 떠날 준비를 해야겠다고 말씀 하시더니... 그 시작이 영정 사진이었나 봅니다...
일찍 부모님을 여윈 제게 늘 친어머니처럼 대해주셨던 장모님...
아들 노릇 하겠다고 큰소리만 쳤지...
오히려 속만 썩였던 지난 날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 가네요...
그렇게 장모님이 다녀가신 뒤 제대로 잠을 이룰 수 없었습니다.
가신 지 며칠 되지 않았는데, 벌써 보고싶어 지네요.. 그래서 오늘 찾아뵐까 합니다..
“ 장모님... 아니 어머니! 오늘 좋아하시는 딸기 사들고 찾아뵐게요...
   조만간 벚꽃 구경도 같이 가자구요...
   그리고.. 오래오래 저희와 행복하게 살아요... 사랑합니다... “
 
사연주신 이정우씨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