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9일 방송분

남자라면 평생에 단 세 번 눈물을 보인다고 하죠..
태어나서 한번, 부모상 때 한번, 나라를 잃었을 때...
하지만 전... 한 번을 더 울고 말았습니다...
어린시절 저희 집은 경찰서 근처에서 장사를 했었는데, 주말만 되면 한바탕 소동이 벌어집니다.
시위대는 경찰서 앞에서 집회를 가지려고 했고, 경찰은 경찰서로 올라가는 길목을 차단하고,
그런데 하필이면 그 지점이 항상 저희 가게 앞이었죠...
매캐한 최루탄 연기가 어찌나 힘들게 하던지...
그런 날은 으레 가게 문을 닫고, 찬물에 머리를 담그곤 했습니다.
그게 자주 반복되다 보니... 최류탄...  어느 정도 적응이 되더군요...
그런데, 그 뛰어난 능력(?)이 훈련소에 입소를 하면서 문제를 일으키더라구요...
유독 자신이 있던 훈련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화생방!
그 자신감으로 저는 같은 내무반의 훈련병과 내기를 했습니다...
화생방 훈련 중 방독면을 안쓰고 버티면 제가 이기는 것이었죠...
퇴소할 때까지 종교집회를 포함해 받게 되는 모든 초코파이를 걸었습니다.
당시에 초코파이는 목숨과도 바꿀 수 없던 것이었죠...
마침내 운명의 시간... 훈련장 밖으로 조금씩 CS탄이 새어 나오고...
심호흡을 깊이 하고, 훈련장 안으로 막 들어설 때까지도 후회란 없었죠...
그러나 10여 초 쯤 지났을까... 후회가 밀려오더군요...
도대체 그 안에서 팔굽혀 펴기는 왜 시키는지... 군가는 또 왜 부르게 하는지...
어째서 온 몸이 이리도 따갑고, 흐르는 콧물은 왜 제어가 안되는 지...
결정적으로 내가 왜 초코파이를 걸었는지... 하지만... 전 죽기 살기로 초코파이를 지켰습니다. 
그리고 문이 열리는 순간 어찌나 기쁘던지...
내기를 걸었던 제 동기 녀석에게 교관에게까지 들릴만큼 큰소리로 말했죠...
“별 거 아냐, 한 번 더 할 수도 있어”
그 한마디에 조교의 손에 끌려 다시 화생방 훈련장으로 들어가게 됐습니다...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의 기분을 알 것 같았죠...
집회 때는 최루탄이 공기 중으로 퍼지지만 화생방 훈련 때는 CS탄이 퍼지지 않도
밀폐된 공간에서 머물러 강약의 수준이 다르다는 걸... 왜 그 땐 몰랐을까요...?
눈물의 빵이 아닌... 눈물의 초코파이... 갑자기 생각이 나네요..
오늘 저녁에는 초코파이 한 상자 사 가지고 집에 들어가야겠습니다..
 
 
이찬영씨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