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3일 방송분

8년 전... 띠동갑 남자친구와 결혼도 하기 전에 혼인신고를 했습니다...
사랑만 있으면 모든 것이 해결될 줄 알았던 철없던 시절...
‘ 결혼은 현실 ’ 이라는 말... 저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얘기인 줄 알았습니다..
그 때... 전 대학 졸업도 하지 않은 채 결혼을 하겠다고 선포했죠...
부모님은 당연히 반대하셨고, 저는 단식투쟁을 하며 응급실까지 실려갔습니다..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고,,, 결국엔 승낙을 받아냈죠...
 
그런데 결혼식을 한 달 앞두고, 남자친구가 하던 사업이 부도가 난 겁니다..
사업은 고사하고, 빚더미에 앉게 되자... 부모님의 반대는 또 다시 시작됐죠..
결국 전 가출까지 감행하고 말았습니다..
그리고는 혼인신고만 한 채... 결혼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쌀이 없어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고,
임신을 해 먹고 싶은 게 있어도 돈이 없어 먹지 못했습니다.
혼인신고를 한 지 1년.. 그게 우리 결혼기념일이죠..
근사한 외식을 할 수 있는 형편이 아니어서 집에서 삼겹살을 구워 먹었습니다.
남편은 제 손을 꼭 잡고 말했죠. 내년엔 꼭 예쁜 드레스를 입혀 결혼식을 시켜주겠다구요..
그리고 ... 8년이 지났네요..
그런데 2주년, 3주년, 4주년 ... 이어지는 기념일마다 항상 삼겹살을 먹으며
‘ 일 년만 기다려 주라... ’  라는 말만 반복하고 있습니다.
이제 먹고 살만 해 졌는데,,,  대체 그 결혼식은 언제쯤이나... 할 수 있을런지...
그리고 삼겹살에서는 언제쯤 벗어날 수 있을까요?
처음에는 그런 말을 해주는 남편에게 고마운 마음이 앞섰지만
계속 말만 반복되니 야속한 마음이 들더라구요..

지금까지 아무런 말이 없는 걸 보면.. 곧 돌아오는 결혼기념일..
또 삼겹살을 사 오고... 그리고 또 얘기 하겠죠? 내년에 결혼식 올리자구요..
하지만 이번 만큼은 속아주지 않을 겁니다..
이대로 가다간 쭈글쭈글 할머니가 되었을 때 결혼식을 하게 생겼네요...
 “ 여보... 나도 젊을 때 예쁜 모습으로 결혼하고 싶다구... !!
   우리 이번 결혼기념일때는 꼭 날짜 잡자... 알았지? “

 
사연주신 이진영씨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