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고교시절 친구들을 만났습니다. 군대에 간 후 한번도 만나지 못해서일까요?
참 할말이 많더라구요.. 그러던 중 웃지 못할 추억이 떠올랐죠.
99년도에 있었던 일이니 10년 전 일이네요...
당시, 학교폭력에 대해 관심이 고조되고 있을 때였죠...
학부모 단체에서는 연일 학교폭력 추방 집회를 열고, 경찰에서도 캠페인을 열던 그 때...
당시 저는 친구들과 교실 뒤편에서 카드게임을 하고 있었습니다.
수학여행 이후 연이어진 박빙의 승부였죠.
기본 100원으로 시작했던 게임은 어느덧 열 배를 향해 가고 있었고...
마침내 10만원을 넘기는 빅 판이 벌어졌습니다.
고등학생에게는 엄청난 거금이었죠. 결국 판은 저의 승리로 끝나고...
승자인 저는 패배한 친구들에게 거~하게 한 턱 쏠 테니 매점으로 따라오라고 했죠...
그런데, 문제는 그 다음부터였습니다.
돈을 잃은 게 억울한 친구들이 제대로 쏘라고 저를 구박하기 시작한 겁니다.
그리고 그 현장을 지켜보던 숨은 눈이 하나 있었으니.... 바로 학생주임 선생님이었죠..
선생님의 눈에는 여러 명이 저를 협박해 매점으로 끌고 가는 것으로 보였나봅니다.
결국 학생부실로 끌려갔죠.
저는 협박당한 게 아니라고 했지만,
학생부장 선생님은 얼마나 당했으면 여기까지 와서도 겁을 먹고 말을 못하냐며...
안타까워 하시더라구요. 저희 부모님께 연락한다는 걸 막느라 얼마나 힘이 들었는지...
하지만 친구들을 이대로 보낼 수도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이셨습니다...
저는 일단 교실로 돌아가라고 하더군요...
하지만 어떻게 혼자 돌아갑니까!
불안감과 죄책감에 저는 문밖에서 귀를 기울이고 동정을 살폈지요...
불쌍한 제 친구들... 도박했다는 말도 못하고, 그렇다고 마땅히 변명할 말도 없고...
결국 몽둥이 처벌을 받았죠.. 엉덩이를 얼마나 맞았는지..
교실로 돌아온 친구들은 의자에 제대로 앉지도 못하더라구요..
체육복을 깔고 엉거주춤 앉아 있는 친구들...
미안한 마음에 그 날.. 딴 돈은 물론, 제가 갖고 있던 돈까지 합쳐 거하게 쐈습니다.
지금에 와서야 웃으며 이야기하지만,
그 때... 정말 억울하고, 분했다고 하더라구요...
그래도 제 친구들 의리있죠? 모닝쇼를 빌어 다시 한번 미안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네요...
사연주신 최진택 씨..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