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3일 방송분

고등학교 시절... 당시 아버지는 협력업체 이사직을 맡고 계셨죠.
하지만 부품을 납품 받던 업체에 문제가 생겨 함께 문을 닫게 됐습니다...
집은 전에 살던 집 절반도 안 되는 평수로 옮겼죠...
철이 없던 저는 그 때도 실감하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엄마한테 용돈이 적다고 투정만 부렸지 부모님의 힘든 사정은 개의치 않았습니다...
하지만, 아버지는 이럴 때일수록 더 뭉쳐야 한다며
모여 앉아 도란도란 얘기 나누는 것을 좋아하셨습니다...
전 그 때도 양복이 아닌 흙먼지가 뒤덮힌 작업복을 입은 아버지를 원망할 뿐이었죠...
결국... 전 대학을 포기해야만 했습니다.
자식 대학 등록금도 못 대주냐는 모진 소리까지 하며 한바탕 소란을 피웠죠...
그 날 집 앞에서 끊은 담배를 몰래 다시 피우시던 아버지를 보게 되었습니다...
가로등 불빛에 반짝이던 아빠의 눈물... 순간 가슴에 뭔가 뜨거운 것이 올라오더군요...
그래서 닥치는 대로 일을 하기 시작했죠...
힘든 부모님을 떠올리며 제 꿈을 향해, 또 부모님을 위해 이를 악물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엄마에게 전화를 받았습니다.  청천벽력 같은 소식!!
아파트공사 현장에서 작업을 하시던 아버지가... 사고를 당하셨다는 겁니다.
그리고 전 그렇게 가슴에 아버지를 묻어야 했죠..
“ 울지 말아라... 포기하지 말아라... 현실을 인정하고 미래에 투자해라.."
   그 동안 하셨던 말들이 머릿속을 맴돌더군요...
도란도란 모여 앉아 대화하는 걸 좋아하시던 아버지...
벌써 20년이 훌쩍 넘어..
이제 제 아이가 대학 진학을 앞두고 있습니다.
사립대에 입학해야 하다보니.. 등록금 여간 부답이 되는 게 아니었죠
고민 끝에 결국... 학자금 대출을 받았습니다..
이제야 알겠더라구요.
등록금을 해 주지 못해 속상해 하던 아빠의 마음을요..
가뜩이나 속이 상하셨을텐데, 모진 소리로 대못을 박았던 철없던 자신을 돌아봅니다.
하늘에 계신 아빠가 더욱 그리워지는 요즘입니다.

사연주신 최미숙씨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