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30일 방송분

오빠는 멋진 고등학교 배구 선수였습니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유난히 공을 잘 가지고 놀던 오빠...
선생님들도 인정했고, 대회마다 출전해 좋은 성과도 거뒀죠...
엄마에겐 희망이자 잘난 아들.. 저에게도 역시... 친구들에게 자랑거리였습니다...
큰 키에 좋은 체격... 자상함까지 갖춘 운동선수 오빠... 당시 여자애들의 로망이었죠...

하지만... 가난과 사춘기...힘든 선수생활까지...
오빠가 가출을 한 뒤... 저희집은 180도 바뀌어 버렸습니다.
엄마는.. 그런 오빨 찾겠다고 한 손에는 배구공을 든 채 거리를 헤매기도 하셨죠..
그런 방황은 10년을 넘겼고,
지금은 빛 바랜 오빠의 고교시절 사진만이 덩그러니 그 자리를 대신 할 뿐이었습니다.
엄마의 품으로 돌아왔을 땐... 서른 살의 나이를 훌쩍 넘기고 말았네요...

엄지손가락의 두꺼운 굳은살... 허리통증... 그 간 허드렛일과 공사판을 전전하며
난방도 안 되는 작은 월세방에서 살았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한 여자와 같이 지낸다고...
저보다 나이가 다섯 살이나 어리더군요... 첫 인상이 좋아서였을까요?
엄만 흔쾌히 승낙을 하셨고,, 예쁜 얼굴에 다소곳함... 저도 싫지 않았죠...
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았습니다... 당시 오빠의 봉제공장 생산부 일...
그 여자의 부모가 반대하셨던 겁니다...
그렇게... 오빠의 마음에 상처만 입힌 채 그 여자는 떠났습니다...
 
그리고 또 악몽이 시작됐죠...
오빤 갈팡질팡 마음을 잡지 못하고 몇 달 동안 끙끙 앓더군요... 모두 초긴장 상태였습니다...
그러나 나이 탓인지 철이 든 건지... 한 선배와 동업으로 양파 장사를 시작하더군요...
모아둔 돈이 없는 오빠를 위해 엄마는 약간의 돈을 보태주셨습니다...
양파를 직접 수확해 마트나 슈퍼에 납품하는 일...
고되 보이지만, 행복한 표정에서 지난 세월들이 파노라마처럼 흐르더군요...
 
그리고 지금의 올케 언니를 만났습니다... 알콩달콩 자식들도 낳아 잘 살고 있죠...
세 딸의 아빠이자.. 한 여자의 남편으로 살면서 늘 일을 해야 한다고 쉬지 않던 오빠가
지난 설에는 집에 왔습니다... 트럭 뒤엔 양파 세 자루가 들어있더라구요.
함박웃음을 짓는 오빠를 보니 어린 시절 저의 로망이었던 고교 배구선수를 보는 것 같네요.
오빠의 그 환한 웃음... 앞으로도 계속 볼 수 있겠죠?
 
 
사연주신 유현숙씨.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