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김없이 다가오는 명절. 어김없이 생각나는 어머니

명절이 시작되기 한달전부터 어머니의 긴 한숨이 시작됩니다. 명절증후군때문이죠. 정신적/육체적 고통, 경제적인 부담감 등 종가집 며느리로써 경험해보지 못하신분들은 그 실상을 이해하기란 쉽지 않을겁니다. 명절이 코앞으로 다가오는 약 1주일전부턴 쉽사리 잠자리에 들지 못하십니다. 명절증후근이라는 정신적 압박감뿐만 아니라 제사음식준비, 친척들 맞을준비로 말이죠.
명절당일 고모들내외 숙부내외분들이 조부모님 뵈러 저희집에 방문하십니다. 양손 무겁게 들고오는 선물들, 두툼한 봉투들과 함께 말이죠. 할머니께선 먹고사는것도 힘든데 뭘 이런걸 사오냐고, 이런걸 사올려면 차라리 오지말고, 왔다갔다 하는 것도 다 돈인데 몸만 와도 반갑다고 끊임없이 속에 없는 말씀을 하십니다. 그리고는 큰방에서 어머니를 제외한 모든 친척분들은 할머니와 이야기보따리를 풀어 놓습니다.
종가집 큰아들이신 아버지는 어찌할 바를 모릅니다. 아버지는 지금 내 모습이 앞으로의 니 모습이 될지 모른다고 웃으면서 걱정하십니다. 그럼 제 대답은 항상 이렇습니다. "설마 어머니가 할머니같으시겠어요?" 어머니는 허리한번 펼 시간 잠깐 앉아 있을 시간이 없고 아버지는 어머니/할머니/형제분들 가운데 계신다는 이유로 우왕좌왕 하시며 몸둘바를 몰라 하십니다.
명절이 지나고 친척분들이 모두 돌아가시면 마음착한 어머니는 남몰래 눈물을 훔치십니다. 서러움의 눈물이죠. 누가 미워서 누구 땜에 분해서 흘리시는 눈물이 아니라 자기 자신에 대한 서러움의 눈물말이죠. 만석군 막내딸로 20년 넘도록 편하게 하고 싶은 것 맘껏 누리고 살았는데 지금 내신세가 이게 뭔가하는 서러움의 눈물말이죠. 그럴때마다 아버지를 포함한 저희 형제들은 방관자가 됩니다. 방관자 역활이 위로의 방법인걸 알기 때문이죠.
 
여기까지가 제가 30년 넘도록 지켜본 우리집 명절 풍경이었습니다. 어제 저녁 부모님과 소주 몇잔 기울였습니다. 명절얘기가 오고가다 갑자기 어머니께선 닭똥같은 눈물을 흘리셨습니다. 얄미운 시어머니도 이젠 안계시고 다친 마음을 포근하게 감싸주시는 시아버지도 안계시고..시부모님 생각에 울컥하신 모양입니다. 그래도 사람사는 정이 느껴졌다고 오래전 그때가 좋았다고 하십니다. 시부모님과 부대끼며 살던 그 옛날말이죠.
이젠 어머니의 눈물을 아들인 제가 닦아드리려 합니다. 어머니~ 이젠 훌훌털고 어머니 인생을 맘껏 누려보세요~ 어머니가 부모님께 하셨던 만큼 제게 베풀어주신 만큼은 아니겠지만 앞으론 제가 어머니 든든한 서포터가 돼드릴게요.
 
어김없이 다가오는 명절. 어김없이 생각나는 어머니기에 몇자 적어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