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0일 방송분

무뚝뚝한 아버지가 운영하시는 건축설비업은

내세울 거 하나 없는 시골에 간판만 달랑 걸린 그런 곳입니다.

그래도 네 식구를 먹여 살리는 원동력이 되죠...

요즘같이 추운 날이면 시골은 수도가 터지고

보일러가 번번이 고장나서 밤이나 이른 아침에도

눈 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냅니다.

새벽 6시, 트럭에 시동이 걸리기가 무섭게 조수석에 올라탔지만

아버지는 뭐하는 짓이냐며 한사코 말리시더군요.

막무가내로 올라탔고, 시골길이라 아직은 어두운 새벽길을

한참 달려 작은 골목 끝, 낡은 한옥 집에 도착했습니다.

막상 현장에 도착하기는 했지만 뭐부터 해야 할 지 몰랐습니다.

아들이 되어 너무 몰랐구나... 하는 생각에 한심스러웠습니다.

아버지는 벽돌을 날라달라고 하셨습니다. 트럭이 들어가지 못해

모래와 벽돌을 일일이 손으로 날라야 했습니다.

작은 손수레에 서른 개 정도의 벽돌을 싣고 끌었지만...

생각보다 쉬운 게 아니더군요... 비틀거리기만 할 뿐...

연장을 가지고 가시는 아버지 손에는 벽돌 두 장이 들려 있네요...

차에 왔다갔다 하실 때마다 아들 생각에

벽돌을 꼭 한 두 장 씩 나르고 계신 겁니다...

순간 눈물이 왈칵 쏟아졌습니다... 철없이 용돈만 바라고

욕심만 부렸던 제 모습이 부끄러웠습니다...

일은 점심시간까지 계속 됐고 주인집 할머니가

손수 밥을 차려 주셨습니다. 할머니는 네 아빠 때문에

이 마을이 산다고 말씀하십니다. 노인정 보일러도

무료로 고쳐주고 마을에 사시는 장애인 분들을

다 일꾼으로 쓰고 계신다고 하시더군요...

돈도 일반인보다 더 많이 주고, 수리비는 커피 한 잔, 밥 한 끼로 때운다고...

아버지는 빨개진 얼굴로 말을 가로채셨지만...

전 그 얼굴 뒤에 가려진 무한한 사랑을 보았습니다.

여태껏 넉넉한 용돈을 받아본 적도 없고 따뜻한 말 한마디,

사랑한단 말 한마디 없었던 그런 분인데...

자식에겐 한없이 무정한 아버지였죠...

하지만 속마음은 따뜻하다 못해 뜨겁다는 것을...

이제야 깨닫네요... 아버지, 사랑합니다...

 

한영준 씨, 사연 감사합니다...